성서백주간 제21주 차(여호수아기 1-24) 묵상
오직 너는 더욱더 힘과 용기를 내어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여호 1,7 참조)
청년 시절에 다 하지 못한 아쉬움에 기타를 다시 들고 싶은 요즈음입니다. 솟아오는 언어의 물방울들을 오선지에 올려보자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러나 단호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낙원상가에 가서 기타를 구입해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 다시 배워서 뭐 하나. 할 수 있을까. 하지 말까... 망설이는 시간들만 쌓여갑니다. 그래서 일까요. 오늘 성경말씀에서 떠오르는 서사가 있습니다.
저는 단호박을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결정을 미루는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더 먹고 싶은 음식입니다. 삶의 시간의 여백에 예쁜 추억을 담으려고 저는 명동성당의 주일 미사에 참석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은 경복궁역에서 내려 명동까지 걸어가는 맛이 쏠쏠합니다. 미사를 마친 후에는 그곳 지하에 있는 빵집에서 밤식빵을 구입한 후에 광화문까지 걸어가 아내와 그곳의 한 카페에서 단호박 수프를 먹는 재미는 일품입니다.
일본의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8, 90년대 일본의 록음악을 대표하는 엑스재팬의 리더 요시키(YOSHIKI)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록스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가 선생님으로부터 교무실로 끌려가 혼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음악의 길로 이끌어 준 아버지가 자살...
그 후 요시키는 음악에 몰입하며 살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아마 음악이 없었다면 자신도 아버지를 따라갔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퇴직 전 출근길 어느 날입니다. 늘 이용하던 대로변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이 있는 쪽으로 나가보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웬걸. 여러 개의 길이 단지 내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어느 길이 맞지?'라고 드는 사유의 순간 '어차피 가다 보면 만나겠지'라며 앞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만난 대로변.
퇴직 후에 어떠한 삶의 길을 가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여러 일을 하는데 시간은 녹록지 않으니, 제가 100세까지 산다면 남은 시간이 40년, 흐른 시간보다 흐를 시간이 덜 남았습니다. 그래서 외길을 예쁘게 포장하며 가는 것이 좋거늘, 이곳저곳에 생각을 둘 때가 있습니다. 욕심인 줄 알면서도 말입니다.
여행길이나 초행길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두고 망설일 때가 있습니다. 경험한 분들은 다 알겠지만 가다 보면 종국에는 하나로 통하는 길을 만나지요.
누군가 오늘, 어느 길을 갈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어떤 곳을 선택하든지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어느 길이 맞는지 보다 가고 있는 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아 때론 헤매는 일이 있어도.
오늘의 성경말씀처럼 좌고우면 하지 않고 묵묵히 내 인생의 수채화를 그리는 것은 오로지 나. 명작은 아닐지라도 붓 끝에 혼을 불어넣은 그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거늘! 주님 외에 누가 감히 평한다 말인가!라는 단단한 믿음으로 살아가길 희망해 보는 아침입이다.
ps: 주 하느님, 우리가 삶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려가며 생활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오소서. 오시어 연약한 우리가 단단해질 수 있게 하소서.
사진: 김곤(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