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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3. 2020

지하철에서 무엇을 하시나요

감정 정리가 필요할 때

 뚜벅이인 나에게 지하철은 주 이동 수단이다. 직장도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남짓 되는 곳에 위치하여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지하철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중 가장 졸리고 피곤할 때 혹은 가장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을 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의 내가 가진 감정은 매번 다르다.


 물론 기가 막히게 그 주기는 비슷하다. 일례로 월요일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항상 졸리고 우울한 감정이라면, 금요일 퇴근길 지하철에서는 홀가분함과 동시에 주말이 온다는 기대감에 가득 찬 즐거움의 모습이다. 큰 이변이 없다면 불변의 진리이다. 실제로 그 시간대에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분위기도 오묘하게 다르다. 물론 내 감정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다르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을 타고 사람 구경을 해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멍 때리시는 분, 치열하게 조시는 분, 스마트 폰으로 밀린 예능 보시는 분, 영화 보시는 분, 급한 듯 숙제를 열심히 하시는 분 등 저마다 다 다른 행위를 하고 있다.


 나에게 지하철은 출퇴근 수단이자
감정 정리 타임이다


 나는 지하철을 타면 거의 6:4의 비율로 두 가지만 반복한다. 6은 끊임없이 읽을거리를 찾아 읽는 모습이고, 4는 보통 너무 피곤할 때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읽는 행위는 무언가를 계속 읽을 때에 편안함을 느끼는 성격도 한 몫했겠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평소 일상에서 감정의 단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정의 단절이란 내가 어떤 곳에서 받은 감정을 다른 공간에까지 끌고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매 순간마다 감정을 정리하고 정리된 마음을 다른 생각으로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감정이란,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파급력이 엄청나서 공간이 바뀌어도 금세 우울함을 전염시킨다. 그래서 그때그때 감정 정리는 너무 중요하다.


나에게는 그 연습 수단이 ‘읽는 행위’이다.


지하철이 공간의 이동을 시켜주는 동안

읽음으로써 마음의 이동도 얼른 준비하는 것이다.


 감정의 해소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혹은 오늘 하루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의 글을 끊임없이 읽고 ‘좋아요’ 누르는 공감 행위로 대신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든 날이었다면 집까지 가는 내내 끊임없이 비슷한 글을 찾아 읽는다.


읽으면서 감정이 정리되고 마음이 해소된다


 ‘내가 아까 이래서 그랬구나. 앞으론 이렇게 해야지. ‘ 여러 글을 보면서 감정을 깨끗이 씻어낸다. 물론 지하철 안에서 읽는 행위가 결코 쉽지는 않다. 종이책을 읽거나 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 좁은 공간에서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나 내용이 의도치 않게 옆사람에게 노출되기도 하고 흔들리는 몸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온전히 글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한때는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를 들어보려고도 시도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활자 중독인지 영 와 닿지가 않았다.


 글을 읽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비로소 감정 해소가 되었다. 글과 문장을 나만의 속도로 읽으면서 마음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읽기 중독자들에게 너무나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언제든지 검색 하나로 내가 지금 읽고 싶은 글을 쉽게 리스트 화해서 볼 수 있고, 그 리스트 중에서 나에게 와 닿는 글을 취사선택해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매월 e-Book 정기권을 끊어서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을 손쉽게 다운로드해서 읽고 있으며 하이라이트 기능을 통해 그날 내가 감명받은 글귀는 따로 기록하고 저장해두기도 한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읽고 쓰는 브런치 공간도 키워드 검색을 통해 관심 있는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을 손쉽게 읽을 수 있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


 처음엔 나만 지하철에서 감정 정리의 시간을 가지는 것일까 싶어 이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을 접으려고도 했다. 실제로 주위에 지하철에서 글보다는 상대적으로 영상물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영상물을 본다는 것은 대개 지금의 나를 계속 생각하고 떠올리기보다는 잊고 영상물이 제공하는 내용과 재미에 빠져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부터 지하철 플랫폼에는 시 한편씩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 동안 시 한 편을 통해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진된 프로젝트이다.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도 계속 당선 공모를 통해 시를 모집하고 플랫폼에 시를 기록하는 것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지하철은 오늘 하루를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임을 확신할  있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항상 빠듯하다. 어쩌면 생각과 감정 정리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속에 정리되지 못한 여러 감정들은 이리저리 얽히고설켜서 결국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상태로 내 마음에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 마음의 속임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마음의 정리가 꼭 필요하다.


하루에 5분 정도만 투자하면 내 방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처럼

내 마음도 그 정도만 투자하면 당장의 불안과 혼란은 정리가 가능하다.


언제 하면 좋을까?


지하철에서 마음 정리 시간을 가져보자


 내 경험에 의하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의도치 않게 우울하고 부정적이게 될 때가 있다. 거기에 슬픈 발라드까지 추가되면 우울함은 배가 된다. 심하면 지하철에서 눈물까지도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읽는다. 내가 지금 읽고 싶은 글을 찾아 읽는다. 즉, 내 감정에 따라 취사선택해서 계속 읽는 것이다.


 읽다 보면 결국 내가 찾고 싶은 글을 읽게 될 테고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혹은 방금 전까지 처해있었던 유사한 상황에 감화되어서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마음 정리가 되는 것이다. 읽고 메모장에 쓰는 행위까지 추가되면야 좋겠지만 경험 상으로는 읽는 행위 만으로도 많이 치유가 되었다.


 나에게는 마음 정리의 도구가 글을 읽는 것이지만 재미있는 예능 보기,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집으로, 일터로 이동하는 시간 속에서 내 마음을 다잡고 정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콘텐츠만 소비하지 말고
그 날의 감정도 같이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된다




강원도 한 카페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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