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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23. 2020

스트레스에는 달달구리

기분전환에는 최고의 처방

 스트레스에는 달달구리 처방이 필요하다.


 일하다 보면 개발자에게는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는데 몇 시간을 디버깅해도 오류를 못 잡아낸다거나 갑자기 기존의 구조를 완전히 뒤엎는 새로운 개발 요청을 당장 업무에 필요하니 다음 주까지 급하게 개발해달라고 한다거나 등의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가 있다. 거기에 사람에게서 받는 인간적인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면 고통은 배가 될 것이다.


 이렇듯 여러 스트레스 항목들이 있겠지만 시스템 상의 오류로 발생한 데이터의 누락을 복구해야 할 때는 그중에서도 굉장한 스트레스이다. 단순 서비스 차원에서의 복구가 아닌 누락된 데이터를 일일이 수동으로 맞춰주는 것밖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야말로 굉장한 스트레스가 수반된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의 잘못으로 인한 사유가 아닐 때에는 더 화가 나기도 한다.
 이미 여러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많은 단계를 거쳐 복잡한 로직으로 산출된 결과인 최종 데이터를 수동으로 하나씩 추적해서 밀어 넣으려니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는 명이 떨어진 상황이니 하루 종일 앉아서 이리저리 여러 소스 데이터들을 조합하여 맞춰보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첫날은 데이터를 끝내 맞추지 못하고 내일의 나에게 미룬 채 지하철로 향했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아.. 달달구리 한 거 먹고 싶다!’ 그것이 그때의 내 기분을 한 순간에 바꿔놓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스트레스엔 달달구리만한게 없다. 때로는 그 어떤 말과 위로보다 달달구리가 가득 담긴 한입이 최고일 때가 있다. 아무 말없이 내 기분을 한순간에 즐겁게 해 준다. 맛있고 달짝지근하다는 이유 만으로 내 기분이 ‘지금 이순간은 즐거워도 된다!’ 하고 명을 내려준 기분이다.


 가끔은 음식이 최고의 효능을 내는 치료제 같다


 어떤 이는 스트레스받으면 매운 게 땡긴다는 사람들도 있다. 스트레스에 맵고 단 음식이 땡기고 먹으면서 힘들고 우울했던 기분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다. 음식 한 입으로 내 기분을 바꿔줄 수 있다면 어쩌면 그 누구도 못한 일을 해주는 굉장히 감사한 존재인 것이다. 물론 치료제도 과하면 부작용이 있다. 달달구리할수록 복부에 많은 살을 축적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살로 간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당장의 기분 전환에는 최고의 효능을 내는 치료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데이터가 절로 복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달달구리도 진통제인 것이다

 

 내일 또 힘을 내기 위해서 지금 아프고 고통스러운 기분을 잠시 잊게 해주는 진통제랄까..

 중요한 것은 달달구리를 먹으면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 그때그때 기분전환이 되는 것일 뿐 달달구리한 것도 쌓이고 쌓이면 몸이 축나게 된다. 오늘 하루는 달달구리로 버티고 그 힘으로 얼른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종료해서 벗어나야겠다.



을지로 와인바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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