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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u Oct 18. 2020

나무 그늘이 필요할 때

위로가 되는 공간

 나의 카카오톡 연락처에는 이름 앞에 '나무'가 붙어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친한 친구들은 '나무 OO'이라고 저장한다. 넓은 관계보다 깊은 관계를 더 선호하는 성향 탓에 연락처 속 나무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수식어이다. 힘들고 바쁜 삶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나무 그늘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나무 그늘 같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닉네임도 ‘namu’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요즘은 힘든 사람보다 안 힘든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어딘가에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모두가 다 같이 힘든데 나까지 투정 부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한 번씩 찾아갔을 때 묵묵히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당신에게 나무 그늘은 무엇인가요?


 나무 그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장소,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행동, 소중한 의미가 담긴 물건 등 그 어떤 것이 될 수 있다. 정신없는 머릿속을 싹 비우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나에게 있는 나무 그늘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 나무 그늘은 가족과 ‘나무’ 수식어가 붙은 친구들이다.

 힘들 때마다 묵묵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언제 찾아가도 항상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로 힘들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포장하며 살아가지만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는 포장했던 껍데기가 바로 무너진다. 나도 모르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게 되고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한다. 본래 관계란 속마음을 여과 없이 내보일 때 더 끈끈해지기 마련이다.


 두 번째 나무 그늘은 글쓰기이다.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리하고 찬찬히 읽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과 마음도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이렇듯 나에게 감정 정리는 글쓰기 만한 것이 없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왜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 정확히 설명을 못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MBTI 검사도 유행한 것이 아닐까 싶다. MBTI 검사를 하고 나면 나의 성격유형과 장단점, 유형별 궁합과 맞는 직업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서 결과지가 나온다. 대부분이 결과지에 나온 내용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공감하곤 한다. 사회에서는 여러 경쟁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포장하고 ‘00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슬로건에 맞추어서 살다 보니 오롯이 자신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잘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쓰다 보면 생각과 감정 정리가 잘 된다. 그 날의 하루를 정리해서 써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가 내려진다. 정의가 안 되어도 남아있는 감정이 해소만 되어도 절반은 성공이다.


 나는 힘들 때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물론 소중한 친구들과의 만남도 큰 힘이 되었지만 삶 속 너머에서 얼굴을 몰라도 나와 같은 생각과 힘듬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때문에 글을 쓴다면 위로와 힘이 되는 따뜻한 글을 쓰고 싶었다.


 세 번째 나무 그늘은 믿음이다.

 그늘을 제공하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려도 그 중심이 꼿꼿이 선 생명체이기도 하다. 가끔 수백 년의 생을 살고 있는 나무들은 항상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유혹을 많이 접하게 된다. 돈의 유혹, 사람의 유혹뿐만 아니라 마치 내가 가진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자존감을 해치는 심리적인 유혹도 있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꼿꼿한 믿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갖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잊지 않고 계속 되뇌는 것이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고 글쓰기를 통해 내 감정을 정리하고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나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자꾸만 더 짧은 주기로 나무 그늘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다양한 유혹에도 끄떡없으려면 최종적으로는 내면의 나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믿음이 가장 가까우면서도 언제든지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는 각자 인생에서 나무 그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무 그늘에 앉아 위로를 받고 그렇게 얻은 그늘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나무 같은 인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되기를




산정 호수에서   by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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