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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mal Feb 12. 2024

대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는 끝난 줄 알았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전사가 되는 법을 배웠다.(대목차)

고등학교 4학년’ 생소한 이름. 이것이 바로 간호학과 1학년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선생님들께서 달콤한 말들로 이 시기만 넘기면 너네는 자유라는 인식을 심어주셨다.

     

“너네 살면서 지금처럼 공부 안 할걸? 수업도 별로 없다.~”

“대학 가서는 미팅도 하고, 수업 없으면 술 먹고 놀고.”

“아주 살판 난거지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자.”     


그때는 몰랐다. 그 꼬임에 내가 넘어간 줄은…. 간호 대학생의 학년이 올라가면 고등학교에서 숫자만 올라갈 뿐 바뀌는 것은 없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5학년, 6학년~ 이 되는 것이다.     


대학교에서 한 학기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수강 신청’이다. ‘우주공강’을 시작으로 하여 기피 하는 교수님 수업까지 수강 신청의 쓰라림은 다양하다. 그러나 나는 수강 신청의 쓰라림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시간표를 작성해준 대로 입력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간호학과 학생이면 공감할 것이다. 학교에서 짜주던 내가 신청하던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어차피 5일 내내 꽉 차 있는 시간표를 받을 거니까.

      

1학년 입학 날 나는 캠퍼스의 로망을 가지며 학교에 갔다. 동기들과 캠퍼스 구경하고 점심시간을 즐길 줄 알았던 내게 책인지 벽돌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교과서들이 선사 되었다. 멋모르고 투정만 부렸는데 그때라도 캠퍼스의 낭만을 즐겨 볼 걸 그랬다. 처음부터 긴호학과 학생은 ‘쉼’이란 없는 줄 알았다. 그때가 가장 여유가 있을 때라는 것을 몰랐던 나는 고3처럼 공부했다. 그렇게 살다 보니 4년 내내 캠퍼스의 낭만 따위는 없었다. 수업과 팀별 과제에 정신없이 치이다 보니 ‘벚꽃’의 꽃말 대망의 ‘중간고사’가 되었다.     


대학교 첫 시험이라 많이 긴장되기도 했고 잘 보고 싶은 마음에 거의 한 달 동안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다. 나의 일상은 강의실 – 도서관 – 집 무한 반복이었다. 원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데 잠도 제대로 안 자고 음식 섭취도 거의 안 하니 몸 상태는 최악의 길을 걸었다.


복부 통증이 심하고 열도 났지만, 시험 때문에 그러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에 넘겼다가 결국 병원에 가게 되었다.병원에 가서 피검사와 CT, 초음파 검사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쓸개가 부어있어요.”

“통증이 심하셨을 텐데 어떻게 버티셨어요?”

“입원하시죠.”     

그때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들었어야 했었다. 하지만 나는 시험이 3일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입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 시험이 3일 남았고 끝나려면 일주일은 더 걸려서 입원 못 할 것 같습니다.”

“환자분 지금 쓸개가 부었다니까요?”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해서요.”

“지금 시험이 중요할 때가 아니에요.”

“그러면 진통제 맞고 귀가하시는데 열이 나거나 통증이 조금이라도 심해지시면 응급실로 오세요.”

“네….”     


몇 번의 거절로 나는 입원을 하지 않았고 결국 시험을 봤다. 시험을 잘 봤으면 좋았을 텐데 국에 밥 말아 먹듯 시원하게 말아먹고 정신 또한 나갔다. 그렇게 고생했으면 정신 차리고 건강을 챙길 법도 한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기말고사에도, 2학기에도, 그다음 학기에도 밤을 새워 가며 공부했다. 그 이유는 간호사는 사람 목숨을 다루는 직업이었기에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동기들은 시험 기간에 밤을 새워서 공부하는데 나만 자는 것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생활을 살다 보면 밤새우기는 특기가 되고, 커피와 에너지 음료는 인생의 동반자로 두고 살게 된다. 적어도 나의 동기들은 그랬다. 안타깝게도 나는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어서 카페인 버프를 받지 못해 시험 기간에 꽤 고생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시험 기간에 커피나 에너지 음료를 마시고 밤을 새울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러면 시간을 더 확보해서 공부했을 수 있었을 텐데.    

 

대학교에 와서 고등학교는 끝난 줄 알았는데, 무슨 고등학교보다 더 힘들다. 고등학교 시절 간호학과에 간다고 했을 때 늦지 않았다며 얼른 마음을 바꾸라던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얻고 장난 반 진심 반 학교에서 후배들을 만나면 늦지 않았으니 도망치라는 말을 종종 했었다. 간호사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기회가 있다면 ‘인터스텔라’의 아빠처럼 고등 학생인 나에게 “간호학과 가지 마!, 제발.”, “도망쳐!”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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