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rmal Feb 05. 2024

prologue

신규 간호사라면 공감할 것이다. 3교대에 찌든 몸, 안드로메다로 탈출해 버린 정신, 항상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병원에 출근해 정신없이 치이고 집에 돌아오면 눈물부터 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버텨야지. 안 그래도 힘든 내게 사람들은 말한다.….     


“1년만 버텨. 신규여서 힘든 거야.”      


1년이고 나발이고 난 지금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든데 자꾸 ‘1년’을 논한다. 집에서 다니면 부모님의 잔소리가 들리고, 자취하면 부모님과 친구들이 그립다. 뒤숭숭한 마음을 잊으려 별 그램을 켜서 차례로 내려보는데 나만 빼고 다 행복해 보인다. 난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데…. 병원에 적응도 못 하고 혼자 떠도는 것 같은데 괜스레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며 눈물이 뚝 흐른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 normal이 잘 지내고 있어? 병원 생활 다들 힘들다는데 너는 어때?

▷음….

▶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냥 병원이 아주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에이, 너 잘하고 있으면서 왜 그래. 

▷아니야. 병원 가면 맨날 죄송하다고 하고, 괜히 다른 선생님들께 피해만 드리는 것 같고….

  생각이 많아져. 

▶다른 동기들도 그런 소리 많이 하더라.

▷맞아. 내 병원 동기들도 많이 그만두고 싶어 해. 이미 그만둔 동기들도 많고….

  나 왜 간호사 한다고 했을까? 병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설레고,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어. 

▶너 이제까지 열심히 했고, 잘 해냈잖아. 똑같이 지금도 시간이 걸리는 걸 거야. 

  너무 잘하려고 조바심 내지 마.

▷그렇겠지…? 나 잘할 수 있겠지?

▶그럼!      


잘할 수 있다고, 그냥 지금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노력하면 된다고 진짜 믿고 싶다. 신규 간호사는 타지 생활, 3교대, 막내 등등 다양한 이유로 인간관계는 포기하면서 산다. 밤이면 밤인 대로 잘까 싶어서, 낮이면 일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또한 이런 말을 하면 나를 걱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오늘도 많은 말들을 삼킨다.      


각자의 삶이 있는 것처럼 상처와 고민이 똑같지는 않지만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을 다양한 마음들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풀어지는 어떤 마음이 있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풀어지지 않는 어떤 마음이 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당신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읽지 않아도 단 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공감이나 위로가 되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