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통의 몽타주를 찾아서
01. 평범하다는 ‘보통의 사람'
우울이 찾아오기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사회가 만들어놓은 ‘보통의 사람(평균적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알아챌 때 아닐까. 소위 말하는 평균의 궤적에서 벗어나고 있을 때. 이게 아닌데 싶어 어떻게든 비슷하게 쫓아가려 노력해 봐도,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덮어보려고 해도 이미 일어나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일 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옴짝달싹 할 수 조차 없는 기분이 들 때면, 이미 마음 속은 빈틈없이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도대체 나는 왜 그 평범하다는 ‘보통의 사람'이 될 수 없는 걸까 라는 헛된 절망을 하면서 말이다.
02.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적당히 보통에서 벗나어나 있다.
그런데 되게 웃기게도 나를 그림자처럼 괴롭히는 그 ‘보통’이라는 게 조금만 여유를 갖고 보면 허상이다. 제 아무리 평균의 사람이라고 해도, 자세히 깊이 들어다 보면 완벽할 만큼 평균인 사람은 없다.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적당히 보통에서 벗어난다.
고백하자면 가끔 주변에 친구들의 고민을 위로해 주면서도, 속으로도 사회의 평균적 잣대를 대보며 이성적 판단을 해 보기도 했다. 멀쩡해 보이는 친구들 또한 '적당히' 이상했다.
03. 나는 과연 ‘김보통’이 되고 싶은 사람일까?
곰곰이 되고 싶은, 아니 되고 싶었던 사람의 모습을 하나씩 나열해 본다. 뭐든 모나지 않고 적당한 사람. 반듯하고 어디든 잘 섞이는 사람. 꽤나 사회에서 정해진 궤적에서 벗어난적 없이 잘 지내는 사람. 갑자기 내가 되고 싶다던 김보통이 실제 사람이라면, 그의 삶은 다른 의미로 불안이 만들어낸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세상에 그렇게나 '육각형 인간'으로 매끈한 보통의 상태로 삶을 만들어 놓았다는 건, 늘 주변과 적당히 타협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으니까.
모르지만 짐작 건데 그 김보통의 삶도 어쩌면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선에 점철 된 불안이 이끄는 삶이지 아닐까. 가만 생각해 보니 그렇게나 무색무취의 사람은 미안하지만 나도 사절이다.
04. 완벽한 범죄자 : 보통의 몽타주
(갑자기 글쓰다 기분이 열이받았어요..)
다수가 말하는 김보통의 실체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소문만 무성한, 괴담처럼 내려오는 이 사람은 어쩌면 사회가 만들어놓은 '완벽한 범죄자'일 수 있겠다.
가정부터 치졸한 이 문제의 이유는 김보통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진짜 김보통)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찬찬히 이놈 김보통이의 몽타주를 상상해 보니 온화한 미소도 머금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적당한 모습이다. 사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범죄자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너가 되고 싶진 않은데, 너가 부러워)
05. 절망은 희망의 절망이라고 했다.
이미 적당한 보편적 삶에서 벗어난 나를 누군가 보았을 때, 정신승리라고 치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리치는 절망적 기분에서, 희망의 흔적 하나만이라도 발견한다면, 나는 지금 끌어안고 있는 절망을 그제서야 절망이라고 말할 것이다.
삶은 잔인하게도 절망도 희망에도 한계가 없음으로, 더한 끝을 마주할 때 나는 지금을 돌이켜 희망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