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엽게 여긴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틀린 옛 말 하나도 없다고 했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허리 통증도 아파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체감할 수 있다.
10년 전에 심하게 허리 통증을 앓아본 탓에 허리 환자들만 보면 내 일인 것처럼 신경이 쓰인다. 가까운 가족, 직장동료부터 길을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당시 집에서 한강공원이 가까워 퇴근 후나 주말에는 밥먹듯이 들락날락했었다. 동호대교부터 반포대교까지가 주 코스였는데, 참 많이도 걷고 뛰었다. 가을 즈음에는 자전거에 흥미가 붙어 새로 산 자전거로 라이딩을 즐기기도 했다.
11월의 어느 날 평소처럼 자전거를 끌고 한강공원으로 향했는데 그날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불현듯 '여의도공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고, 그 길로 여의도로 향했다. 평소 목적지였던 반포대교를 한참 지나 기어코 여의도공원 단풍을 구경하고야 말았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고 신나게 페달을 밟아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통증이 찾아왔다. 상체를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선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겨우 씻고 회사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말에 무리해서 근육통이 왔겠거니 생각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허리 통증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에 심각한 상황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통증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그로부터 1주일 후 결국 병원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MRI 검사 결과 척추 5번~천추 1번 추간판 탈출증 진단을 받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시술을 받았다. 흔히 디스크 환자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내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 절망스러웠던 건 길고 긴 재활 과정이었다. 시술 이후로 2주에 한 번씩 총 6번의 주사치료를 견뎌야 했으며, 좋아하는 운동은 언감생심 꿈꾸지도 못했다.
사람이 원래 하던 걸 못하게 되면 그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당시 10K 마라톤 참가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는데, 그 마라톤이 뭐라고 어떻게든 뛰어보려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간절히 뛰고 싶었다.
허리가 아픈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늦게나마 깨우치고 그 이후 신경 써서 몸 관리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나긴 재활 과정을 거쳐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상태가 된 이후부터는 강박 수준으로 운동에 집착을 하게 됐다.
야근을 하더라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 12시까지 운동을 했고, 회식이 생겨도 술을 먹지 않고 밥만 먹고 운동을 하러 갔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1주일에 2회 이상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이다. 그 결과 허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통증도 전혀 없다.
살면서 한 번은 마주칠 허리 통증이었다. 평생 관리해야 할 숙제겠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알고 대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같은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과정의 힘을 믿고 힘내시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