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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yton Feb 14. 2024

구운 닭은 살 안 쪄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못 먹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도 식단관리는 괴롭고 또 어렵다. 운동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여럿 봤지만, 식단관리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만큼 식단관리가 어렵다.


오죽하면 오직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먹고 싶은 걸 먹는 대신 운동으로 활동량을 늘려서 칼로리 소모를 하겠다는 작전이다.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느니 몸이 조금 괴롭더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인데,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해 볼 만한 작전이다. 운동이 좋아서 스스로 하는 사람들은 운동 시간을 늘리는 데 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여전히 식단관리다. 운동은 옆에서 거들뿐, 운동보다 식단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때 식단관리를 핑계로 구운 닭에 빠져있었다. 6주간 식단관리와 운동을 통해 체지방을 감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프로그램 오리엔테이션에서 코치님이 한 말이 트리거가 됐다.


“한 번에 식습관을 바꾸기보다는 단계적으로 바꾸는 게 좋습니다. 후라이드 치킨을 먹기보다는 구운 닭을 드시고, 조금 더 익숙해지면 구운 닭을 닭가슴살로 바꿔보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


분명 코치님의 의도는 대용품을 찾아서 단계적으로 식습관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구운 닭을 실컷 먹으라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6주 프로그램 내내 구운 닭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일주일에 많게는 세 번까지 구운 닭을 배달시켜 먹기에 이르렀다. 평소에 닭요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6주간의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6주 동안 체지방만 3.2kg을 감량하여 참가자 서른여 명 중에서 3위를 했다. 구운 닭을 실컷 먹기는 했으나, 그래도 구운 닭을 벗 삼아 후라이드 치킨을 온몸으로 막아낸 결과였다.


살면서 그때만큼 몸의 변화에만 온전히 집중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치열했던 6주였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노력했고, 조금이라도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 애를 썼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6주 후를 기약하며 절제했다.


물론 그때 이별했던 체지방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몸에 돌아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그때 얻은 깨달음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바로 꺼내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구운 닭은 살 안 쪄. ” (후라이드 치킨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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