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 후부터였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에 대한 갈망이 커지기 시작했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도 전에 비해 30분 늘었다. 눈을 뜨자마자 쉴 새 없이 출근 준비를 해야 했고 달빛을 벗 삼아 퇴근하는 생활이 몇 달간 반복됐다. 집에 도착하면 지쳐 쓰러져 바로 잠이 들었다.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던 시점에 ‘매일 5시 기상’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사실 걱정이 많이 앞섰다. 이른 기상이 하루 일과에, 특히나 회사일을 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물론 이른 기상시간이 습관화된 지금 돌이켜보면 걱정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시작 후 첫 3일이 고비였다. 첫날은 너무 긴장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갑자기 바뀐 수면 패턴 때문에 피로감이 매우 컸다. 3일째 되던 날, 밤 사이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한 후 개운하게 새벽 5시 기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알람 없이도 자연스레 5시에 눈이 떠졌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런 선택들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선택들이 모여 하루의 시작을 결정하고, 아침의 기분에 따라 하루 전체가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소하게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5시 기상을 시작하기 전에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이미 만원인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었다. 몸이 뻐근해 운동을 너무 하고 싶은 아침에도 운동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5시 기상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만원 지하철을 쿨하게 보내고 다음 열차를 탈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가벼운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등 하고 싶은 운동을 마음껏 하고도 출근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한 하루하루에 만족감이 깃들었다.
기상시간인 새벽 5시부터 출근시간인 8시 30분까지 3시간 30분의 선물 같은 시간이 매일 찾아오다 보니 매일이 휴가인 기분이었다. 기존에는 큰 맘먹고 연차휴가를 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내 의지에 따라 휴가를 내지 않고 출근 전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산다는 건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쪽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가끔 고달파질 때도 있지만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시간. 그 소중한 시간을 위해 오늘도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