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글쓰기
섣달 그믐날 자지 말랬죠?/김미희
리자 아줌마가
까치설날에 잠을 잤대
꼴딱 밤을 새워야 되는데 말야
아줌마네 개구쟁이들
눈에 밀가루를 발랐어
아줌마가 일어났는데
마침 길을 가던 다빈치 아저씨가
아줌마를 가만히 세우고 그림을 그린 거야
쓰쓰쓱 싹, 쓰삭삭
다빈치 아저씨는 잘도 그리네
아이들은 깔깔대는데
영문을 모르는 아줌마가
왜 웃어?
눈짓 말로 물었어
하지만 다빈치 아저씨의
진지한 손놀림을 생각하면
살짝 웃어줘야 하잖아
봐, 아줌마의 왼손
궁금해서 까닥까닥 대다가
지그시 누르고 있잖아
섣달그믐에 잠을 자지 말랬잖아요!
리자 아줌마네 막내가 일러주었어
리자 아줌마는 막내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출처 '달님도 인터넷해요'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지의 ‘모나리자’만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관심을 받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대중적인 광고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도 끊임없이 소재로 제공되는 것을 보면 모나리자 미소에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 건 아닐까?
나는 문화혜택과 거리가 먼 낙도에서 살았기 때문에 책도 귀했고 그림을 감상한다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술책에서나 접한 게 명화 감상의 전부다.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인데 어느 정도 소양은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성인이 된 후에야 여러 권의 명화 책을 구입하여 봤다. 감상에 관한 책들도 읽었다. 어렴풋이 느낌이 왔다. 내가 찾은 해답은 모든 문학작품이 그렇듯이 그림 또한 느끼는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작가에 대해 그림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있으면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런 세세한 배경지식은 차후 문제다. 일단 그림을 접하는 게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명화 모나리자를 우리 전통 관습으로 느껴보려고 했다. 설 전날 잠을 자면 밀가루를 묻혀놓는 우리 조상들의 풍습을 ‘리자 아줌마(이탈리아 말로 ‘모나’는 부인이라는 뜻이다)가 잠을 잤고 아이들이 장난을 쳐서 눈썹이 저렇게 됐을 거야’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 보았다. 그러자 모나리자 그림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손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지된 그림이 어느덧 동영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나에게 “당신은 정말 웃기는군. 저런 무지한 일이 있나?” 하고 흠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도 ‘맘대로 놀이’를 즐겼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좋은 시들이 시험용 시가 되어 해체되는 일은 슬픈 일이다. 형체가 사라진 시는 죽은 시이다.
그림 감상할 때도 아이들 각자의 삶을 넣어 떠오르는 대로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
고양이가 물어갔어
-야묘도추* 감상
김미희
밥 잘 먹던 유진이
웬일인지 맛난 밥상도
본 체 만 체
밥 잘 먹던 우리 유진이는
어디 갔을까?
엄마의 물음에 유진이가 냉큼 하는 말
-고양이가 물어갔어요
좀 전에 고양이가 돌려줬다던 걸
-아니에요. 그 고양이 거짓말하고 있어요
보세요, 병아리도 물고 가잖아요
할아버지한테 혼나고도 자꾸 물어가요
어제는 숙제 잘하는 유진이를 물어갔고요
오늘은 밥 잘 먹는 유진이를 물어갔잖아요
아마도 내일은
일찍 일어나는 유진이를 물어갈 걸요
*야묘도추:김득신,종이에 수묵담채,22.5*27.2cm,
간송미술관 소장
오늘의 TIP: 모든 작품을 감상할 때는 떠오르는 대로 느끼자
느껴지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그 후에 그림에 대해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