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작 김미희 Mar 22. 2021

(시 마중 이야기 10)
​당신 안에 아이 있다

-동심은 창의력의 원천

당신 안에 아이 있다


엄마 일기도 보여주실래요? /김미희


일기 쓸 때마다 걱정이 돼요 


엄마가 일기 검사하고 

몇 학년인데 글자도 제대로 못 써 

빨간 동그라미에 틀린 글자를 가둬요 


일기를 읽으시고는 

다음에 한 번 더 이러기만 해 봐 

엄마 말이 그려낸 동그라미에 

내 마음이 갇혀요 


엄마 일기도 보여주실래요? 

그럼 나도 잘 쓸 것 같거든요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많다. 자신의 역사 기록이고 표현력이 좋아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하루를 정리할 수 있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것 등 그러나 써 둔 일기를 보면 참 좋은데 그날그날 쓰려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도 일기는 차치하고 간단한 메모라도 해뒀으면 명작으로 되돌려줄지 모르는 글 싹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내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에 열심히 메모한다. 휴대폰, 수첩, 노트, 달력 냉장고에 붙은 포스트잇. 어떨 때는 어디다 메모해뒀는지 모르고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기록해 뒀으니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하고 마음을 놓는다. 기록은 유통기한이 길다. 


 밤마다 일어남직한 상황. 아이들이 자려고 누웠는데 “일기는 썼니?”라고 묻는 엄마 등장. 진작 잠들어 버렸어야 했는데 후회하는 아이. 엄마는 이불 속 아이를 불러내 일기 쓰기를 시킨다. 학교 숙제인데 왜 안 했어? 그러나 학원 순회를 다닌 탓에 잠이 몰려온다. 퉁퉁 부은 얼굴로 일기를 쓴다. 

 일기는 자기 직전 쓰면 마지못해 해야 하는 짜증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 써야 제대로 쓸 수 있다. 


  때로는 이런 엄마도 등장한다. 아이들이 솔직하게 써놓은 일기를 보고 

“뭐야? 너 또 학교에서 이런 사고 쳤어?” 이런 반응이면 아이는 다음부터 일기는 솔직하게 쓰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뭐야? 4학년이나 된 게 이 글자도 몰라?”

생각을 모아 열심히 써나가다 보면 글자가 틀릴 수도 있지. 엄마는 얼마나 잘 쓴다고 지난번 쪽지 쓴 거 보니까 맞춤법 틀린 거 있더구먼. 불만이 쌓여 일기는 더더욱 귀찮은 존재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런 반항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엄마는 일기 쓰나? 어디 보여줘 봐요.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일기 검사 한 엄마들 반응을 보며 나는 속이 상했다. 엄마들에게 제발!로 시작하는 편지를 수차례 보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명문장가, 훌륭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싹을 미리부터 시들게 하는 분들이 이외로 많았다. 


  위 시를 읽고 아이들은 시원해했다. 반면 엄마들은 불편해했다. 나는 아이들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이 이 시에 부디 제대로 실렸기를 희망한다. 


  우리도 아이였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로 되감기 재생 버튼을 자주 눌렀으면 한다. 신경림 시인도 어느 인터뷰에서 동시가 써질 순간만을 기다린다고 했고, 오탁번 시인도 어린아이의 시점을 흉내 내면서 사물을 바라볼 때 시가 실체를 드러낸다고 했다. 아이 마음은 어쩌면 하늘의 마음인지 모른다. 그래서 누구나 동경하는 게 아닐까? 아이 마음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곧 시심(詩心)이 아닐까. 


  다음 시를 보자. 아이들은 달래줄 누군가 있을 때 운다. 응어리를 쏟아내는 행위이다. 위로받고 싶어서다. 달려가다 넘어져 울면 할머니가 얼른 일으켜주며 바닥더러 호통을 친다. 아, 할머니는 역시 내 편이구나 하는 생각에 아픔이 가신다. 어느 아동학자가 그렇게 하는 건 어릴 때부터 남 탓을 하는 인성을 갖게 한다고 비판해놓았다. 그게 임상실험으로 얼마나 검증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할머니 행동이 옳다고 본다. 아이 마음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내 편이 있다는 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견디는 힘이 될 것이다. 울고 싶어도 들어줄 이 없을 때 육체적 아픔보다 그때가 더 서럽다. 


 『울까 말까』 

             이종택 


사과 껍질을 벗기다가 

손가락을 베었다. 


피는 조금 나지만 

겁이 더 난다. 


울까 말까 

피가 괸다. 


울까 말까 

새빨간 핏방울 


그런데 그런데 


울려도 집에는 

아무도 없다 





오늘의 TIP: 아이 마음으로 되돌아가 보자. 

            일기 지도의 바람직한 방법은 일기장에 

            반영적 경청과 공감을 담은 댓글을 남겨주는 것이다. 

이전 05화 (시 마중 이야기 8) ​네 맘대로 그려,그게 답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