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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김미희 Mar 23. 2021

(시 마중 이야기 11)
​시 쓰기는 놀이다

-말놀이동시

시 쓰기는 놀이다


만우절 /김미희


어, 너, 똥 밟았네 

푸하하 속았지롱! 


선생님, 남대문 열렸네요 

히히히 속았지요! 


오늘 수업은 3교시만 한다 

(와~) 

하하 속았지? 나도 만우절이다 

대신 재미있는 얘기해주겠다 

(와~) 


옛날에 누렁소가 산을 넘어가고 있었어 

한 고개 넘어가고 

두 고개 넘어가고 

세 고개 넘어가고 

네 고개 넘어가고 

`````` 

(에이, 언제까지 넘어가요?) 


만우절이 다 지날 때까지 

소가 넘어갔대 


  만우절만 되면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는 속아 넘어가기 마련이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이벤트 같은 날.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만우절. 거짓말을 못하고 보내면 왠지 아쉬움이 밀려온다. 포인트를 지급받았는데 사용해보지도 못한 채 유효기간을 넘긴 것과 같은 기분이다.  

  만우절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듯이 써 보았다. 이 시에는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반 아이들이랑 선생님이 나누는 대화이다. 가끔은 문답 형식이 시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해줄 때가 있다.  

   이 시에 왜 소가 등장했을까? 그리고 얼룩소도 아니고 왜 하필 누렁소일까?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얼룩소는 수입종이다. 우리나라 토종 소는 누렁소이다. 옛날이야기에는 당연히 누렁소가 주인공이어야 어울린다. 만우절은 어떤 날인가? 속아 넘어가야 재밌는 날이다. (곧, 소가 넘어가는 날이다!) 만우절이 지날 때까지 소는 고개를 넘어가고 우리는 여러 번 속아 넘어간다. 가끔 속아주기도 하는 것 그게 놀이의 맛이다. 속이려고 머리를 굴리고, 속지 않으려고 날을 세우는 날. 재미있는 날이다. 상대방이 불쾌해하지 않을 만큼의 거짓말. 서로가 모두 즐거울 수 있는 거짓말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렇게 무슨 날을 제재로 쓴 시는 많다. 그중 어린이날을 제목으로 쓴 시가  아마 제일 많지 않을까 싶다. 시인들마다 이 날만은 아이들 세상으로 만들어주고 싶은 바람이 가득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이날 개구쟁이 산복이처럼 아이들이 자유로이 훨훨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5월5일 하루 가지고는 절대 모자란다. 일 년 중 어느 한 달만이라도 ‘산복이달’을 만들면 어떨까? 그 달엔 시험도 치지 말고 학원도 안 가고 시골 학교로 가서 그들과 실컷 노는 교육과정을 나라 차원에서 만들면 어떨까? 그럼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자연과 벗하여 본 사람이 자연을 안다. 자연과 감성이 ‘21세기 키워드’ 라 하지 않는가. 그럼 시골에 폐교되는 학교도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어령 전 장관은 88올림픽 개막식 때 남자아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운동장을 도는 기획을 어린 시절 놀이에서 떠올렸다고 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를 쓴 편해문 씨도 그랬다. 제대로 놀아본 경험이 삶의 자양분이 된다고. 


  “산복이달”, 시골에서 놀다 오는 달. 생각만으로 신난다. 

  누구는 정신 나간 소리 하고 있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꿈을 꾼다. 꿈이란 꾸라고 있는 것이니까.   


『개구쟁이 산복이』/ 이문구 


이마네 땀방울 

송알송알 

손에는 땟국이 

반질반질 

맨발에 흙먼지 

얼룩덜룩 

봄볕에 그을려 

가무잡잡 

멍멍이가 보고 

엉아야 하겠네 

까마귀가 보고 

아찌야 하겠네 



오늘의 TIP: 낱말이 가진 소리로 말놀이를 해보자.             

              시에서 묻고 답하는 이야기 형식이 때로는 생동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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