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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김미희 Mar 24. 2021

(시 마중 이야기 12)
​별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

별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


바닷가 점심시간/ 김미희


바닷가 조그만 선착장 

점심시간이 되면 

주인이 매어놓은 작은 배들도 

주인 따라 나란히 쉰다 


물결 따라 

너울너울  

기웃기웃 

흔들흔들 

자장자장 


까닥까닥 졸다가 

친구 옆구리에 찔려 

화들짝 깼다가 

또 졸다가 



  나는 제주도에서도 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우도에서 태어났다. 집 앞이 바로 선창가다. 파도소리에 잠들고 파도소리에 눈을 뜬다. 우리 동네(우도에 동네가 하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놀라지 마시라. 섬 안에는 자그마치 12동네가 있다. 우도 8경도 지정돼 있다.)는 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 제주시로 유학을 갔다.(우도엔 중학교까지밖에 없어서 고등학교에 다니려면 우도 밖에서 다녀야 한다.) 주말이면 집으로 온다. 배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부두에 앉아 있곤 했다. 섬에 사는 우리에게 해상 교통수단인 배는 육지에서 자동차를 보는 것만큼 흔한 일이다. 


  바다 위를 간지럼 태우기 좋을 만큼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이면 일렬로 줄을 선 배들이 키득댄다. 들어보면 들린다. 웃는 소리가. 바람이 성을 내면 배들도 파도에 대항하느라 버럭버럭 인상을 쓰며 들썩인다. 그러나 오래가진 않는다. 싸우고서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나게 어울려 노는 아이들처럼 바다는 넓은 등에 배들을 태우고 간질간질 간질이며 논다. 


 주인이 점심 먹고 해바라기하다 깜박 졸기라도 하면 배도 주인을 바라보다 깜박깜박 존다. 따라쟁이 배들의 의리가 여간 아니다. 그러면 바다는 심심해져서 같이 놀자고 배를 깨운다. 배는 화들짝 깼다가 잠을 이기지 못하고 또 존다. 

  드디어 쪽잠을 즐긴 주인은 다시 배 위로 올라와 손질을 시작한다. 오늘 밤 작업을 가려면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배를 몰고 먼 바다로 나간다. 선창가에서 석이가 아빠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든다. 점점 멀어진다. 감실감실. 점점 멀어져 아빠 배는 한 점 별이 되어 빛난다. 서쪽 하늘 가장 먼저 뜨는 별, 개밥바라기별은 점점이 멀어져 간 석이네 아빠 배다. 하늘에 뜬 저 수많은 별들은 누구 아빠 배들일까?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라고 어린이를 찬미했던 뚱보 방정환 선생님. 어떤 DNA를 가졌기에 어린이를 위해 평생을 사셨을까? 저 하늘 반짝이는 별은 어제 별과 다른 별이라는 걸 어찌 아셨을까? 하늘만 보고 지내셨나? 별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은 또 어찌 터득하신 걸까? 형제끼리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기에 저 별도 울고 있다고 하셨을까?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늘의 별은 주인도 참 많다. 나도 별 하나 가져본다.  



『형제별』  

           방정환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 형제 

반짝반짝 정답게 

지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이 둘이서 

눈물 흘린다 






오늘의 TIP:누구에게나 고향은 마르지 않는 시의 바다다.                  

             장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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