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자기 성찰은 자신을 부정적으로 만든다.
얼마 전에 나는 또 골몰하고 있었다.
가만히만 있어도 생각이 흘러넘치는데 '이 생각을 내가 왜 하고 있지?'며 또 생각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생각이 많은데 '생각이 많은 나'에 대해서 생각하자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계속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의 꼬리를 묾으로써 자기 이해를 이뤄왔다.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은 외부 자극에 의한 내부 반응이고,
그 반응들은 나의 경험과 신념에 의해 형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응에 대한 원인을 알아내면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해를 이뤄서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랐다.
왜 이 생각이 자꾸 떠오르지?
내가 무언가 걸리는 게 있나?
내 결핍을 건드렸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적절한가?
자기 연민, 자기 비하 등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게 있지 않은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내가 어떠한 생각 반응을 한 이유는 외부 자극이 나의 어떤 결핍을 건드렸기 때문이구나.
내가 이 결핍에 대해서는 인지를 하고, 받아들이고 채우려고 노력해야겠다.'
라며 대체적으로는 좋은 성찰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나는 스스로 생각의 꼬리를 묾으로써 자기 이해를 이루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다.
하지만 늘 모든 이해가 빠르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이 갔다.
나는 생각, 생각에 대한 생각, 이런 행위를 반복하는 나를 생각했다.
지치면서도 어떻게든 나만의 결론을 내고 싶어서 계속 생각했다.
점점 강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감정적 반응에 대한 원인을 찾고 싶어서 생각을 부풀리고 있었다.
괴로웠다. 멈추고 싶은데도 생각을 끊어내지 못했다.
왜 괴로운가, 그 와중에 멈추고 생각해 봤다.
결론은 '반복적인 자기에 대한 생각은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을 부정적으로 만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의 결핍이나 부족한 점을
샅샅이 뒤지며 개선할 점으로 체크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사람은 한 번에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여러 번씩이나 나의 결핍과 부족한 점을 주목하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서 개선할 점은 개선하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나를 '개선해야 할 대상'으로 보다 보니 내가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고
문제점만 찾는 부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걸 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 나를 제대로 이해한 걸까?
나는 내 장점은 내버려 둔 채, 단점만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장점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점점 와닿지가 않았고, 예찬하지도 않았다.
나는 내 생각 회로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기를 탐구하고, 개선점을 찾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나는 더 부정적인 생각회로를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을 멈췄다. 깊은 생각은 날 괴롭게 만들기 때문에
결론에 다다르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되는 생각은 바로 생각을 치워버렸다.
큰 지우개를 생각해서 머릿속을 지웠다.
가위를 생각해서 생각을 끊는 생각을 했다.
호흡을 활용해서 들숨에 정화된 숨을 쉬었고, 날숨에 찌꺼기가 날아가는 상상을 했다.
그럼에도 생각이 끊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외부 상황'으로 발발된 생각인데, 이 경우는 내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고 '남'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졌다.
'그 사람은 왜 저러지?', '날 무시하는 건가?', '왜 이렇게 섬세하지 못하지?' 등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남에 대한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을 한 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가 그 사람을 왜곡해서 바라보는 거일 수도 있어. 그럼 나는 그 사람을 왜곡하고 싶었나?' 라며 말이다.
다양한 외부 상황이 일어났고, 나는 그때마다 상황에 자극을 받아 생각을 반복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외부 상황은 내 손밖의 일, 내가 멈출 수 없는 일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튜브로 'let them theory'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오프라 윈프리와 저자의 인터뷰였는데, 내용을 대략 요약하자면
내가 통제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에너지를 쓰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만 에너지를 쓰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모르는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기도문에 나온 내용이기도 했다.
맙소사, 나는 안다고 해놓고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거다. (무엇을 안다고 얘기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제까지 나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들만 내 생각으로 들여와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었다.
내가 남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해서 뭐 어쩔 건가? 생각해서 결론을 내면 내가 그 사람에게 강요할 것인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상황이 벌어지면 어쩌지' 발만 동동 구르면 뭐 하는가? 막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내가 통제 못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에너지를 쓰고, 무력감을 느끼는 동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시간, 내 생각, 내 행동을 통제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놔버리려고 한다.
또 어떤 외부 상황이나 자극이 오면 생각에 사로잡힐지도 모르지만,
'그렇구나. 그저 둬야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를 계속 되뇌며
내가 더 이상 끝없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생각은 끝이 없다.
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끝엔 새로운 생각이 피어난다.
내가 스스로 끝내지 않는 이상은 끝나지 않는 게 생각이다.
생각을 끝마친다고 해서 그것은 회피하는 게 아니다.
그것 또한 하나의 결론이다. '그냥 그렇게 둬야겠다'라는 결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기도문을 첨부한다.
하나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킬 용기,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지혜를 주소서.
- 니버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