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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 같은 생각, 글로 엮어 내옷으로.

머릿속이 깔끔해지는 글쓰기의 마법

by 허지인 Mar 29. 2025

글쓰기의 행복


어떤 날은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 같다.

생각을 하며 실 한 오라기씩 풀고 싶은데 생각 속에서 더 엉키는 것 같다.

그럴 때 해결책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쓰기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인스타그램에서부터다.

20대 초반의, 연애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별을 겪고 나서 그 힘듦을 어떻게든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내 감정,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내려 갔다. 하지만 마냥 날것의 생각을 진열할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추상적으로 적었었다. 처음엔 내 마음을 푸는 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으나

나중에는 글쓰기가 좋아 역으로 글감을 위해 내 삶의 감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글을 쓰는 게 좋다. 처음엔 아무렇게나 쏟아내도 상관없다.

논리가 없어도 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도 괜찮다.

참 흥미로운 작업이다.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내가 모르는 실들을 밖으로 꺼내어 말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말린 실들은 엮여서 하나의 페이지가 된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것 마냥 새롭다.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한 페이지들은 어느새 한 개의 책으로 완성된다.



첫 문장의 시작


그래서 어떻게 글을 쓰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은 많은데, 첫 문장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되면 오히려 손이 멈춘다.

그럴 때는 지금 내 상태를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기분이 XX 하다. 왜냐하면~"처럼말이다.

그렇게 지금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옮기면, 마치 실타래의 한 가닥을 풀어내듯

다음 문장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그러면서 실마리를 점점 푸는 것이다.

첫 문장은 마중물이다. 터져 나오지 않는 생각을 마중하는 조금의 마중물.


지금 내가 별로라고 느껴진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행복한데 서글프다.

내가 게으른가?

등등.. 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시라. 아주 러프하게.


이왕 쓰는 첫 문장이 세련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안다. 한 단어도 떼지 못한 채 고심하는 경우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첫 문장이 처음 쓴 그대로 고정될 필요는 없다. 첫 문장은 나중에 수정되면 된다.

일단 던지고 보면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문장들이 따라붙는다.

그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글도 제법 만족스러울 것이다.


글의 마무리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이라면 기승전결, 주제가 있으면 좋겠지만

개인의 글에는 마무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적었으므로 그것들이 정리되는 게 글의 마무리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끝내게 된다.

엉켜있던 생각의 타래는 글을 씀으로써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생각을 정리하는 이유


글쓰기는 논리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감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라도 글로 옮기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순서를 갖게 된다. 벌어진 첫 문장은 다음 문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다음 문장을 찾아야만 한다. 실타래로 한 땀 한 땀 짜듯이 말이다.


그렇게 뒤죽박죽 흩어진 조각들이 나만의 논리로 정렬되면서,

막연하고 커 보이던 생각들이 조금씩 축소된다. 

마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랄까.

정리되지 않은 실타래가 하나의 기능을 하는 옷이 되는 순간이다.


게다가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나 자신과 회의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는 기분이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무슨 생각이야?"라고 혼잣말하던 내가,

어느새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처음엔 불분명하던 감정들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쓰든, 일단 풀어내기만 하면 그것은 한 모양을 띠게 된다.

처음엔 엉성하고 삐뚤빼뚤할지 몰라도, 그렇게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모으다 보면 결국엔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그 방식은 글을 쓰면 쓸수록 발전되어 점차 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에 휩싸일 때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경험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글을 쓴다.

글은 내가 갖고 있는지 몰랐던 것들을 정리한다. 글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들이 많다.

무엇이든지 글을 쓰면 글의 내용은 내 것이 된다.


오늘 바로 한 문장을 적어보는 건 어떤가?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왜냐하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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