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깔끔해지는 글쓰기의 마법
어떤 날은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 같다.
생각을 하며 실 한 오라기씩 풀고 싶은데 생각 속에서 더 엉키는 것 같다.
그럴 때 해결책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쓰기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인스타그램에서부터다.
20대 초반의, 연애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이별을 겪고 나서 그 힘듦을 어떻게든 표현을 하고 싶었다.
그때부터 내 감정, 생각들을 솔직하게 적어내려 갔다. 하지만 마냥 날것의 생각을 진열할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추상적으로 적었었다. 처음엔 내 마음을 푸는 목적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으나
나중에는 글쓰기가 좋아 역으로 글감을 위해 내 삶의 감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각이 많을 때는 글을 쓰는 게 좋다. 처음엔 아무렇게나 쏟아내도 상관없다.
논리가 없어도 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도 괜찮다.
참 흥미로운 작업이다.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내가 모르는 실들을 밖으로 꺼내어 말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말린 실들은 엮여서 하나의 페이지가 된다.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것 마냥 새롭다.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한 페이지들은 어느새 한 개의 책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어떻게 글을 쓰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은 많은데, 첫 문장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고민되면 오히려 손이 멈춘다.
그럴 때는 지금 내 상태를 적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는 기분이 XX 하다. 왜냐하면~"처럼말이다.
그렇게 지금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옮기면, 마치 실타래의 한 가닥을 풀어내듯
다음 문장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그러면서 실마리를 점점 푸는 것이다.
첫 문장은 마중물이다. 터져 나오지 않는 생각을 마중하는 조금의 마중물.
지금 내가 별로라고 느껴진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행복한데 서글프다.
내가 게으른가?
등등.. 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시라. 아주 러프하게.
이왕 쓰는 첫 문장이 세련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안다. 한 단어도 떼지 못한 채 고심하는 경우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첫 문장이 처음 쓴 그대로 고정될 필요는 없다. 첫 문장은 나중에 수정되면 된다.
일단 던지고 보면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문장들이 따라붙는다.
그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글도 제법 만족스러울 것이다.
글의 마무리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는 글이라면 기승전결, 주제가 있으면 좋겠지만
개인의 글에는 마무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서 적었으므로 그것들이 정리되는 게 글의 마무리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끝내게 된다.
엉켜있던 생각의 타래는 글을 씀으로써 해소가 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논리를 필요로 한다. 아무리 감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이야기라도 글로 옮기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순서를 갖게 된다. 벌어진 첫 문장은 다음 문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다음 문장을 찾아야만 한다. 실타래로 한 땀 한 땀 짜듯이 말이다.
그렇게 뒤죽박죽 흩어진 조각들이 나만의 논리로 정렬되면서,
막연하고 커 보이던 생각들이 조금씩 축소된다.
마치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랄까.
정리되지 않은 실타래가 하나의 기능을 하는 옷이 되는 순간이다.
게다가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나 자신과 회의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는 기분이다.
처음엔 "도대체 이게 무슨 생각이야?"라고 혼잣말하던 내가,
어느새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처음엔 불분명하던 감정들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생각에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쓰든, 일단 풀어내기만 하면 그것은 한 모양을 띠게 된다.
처음엔 엉성하고 삐뚤빼뚤할지 몰라도, 그렇게 흩어져 있던 생각들을
모으다 보면 결국엔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그 방식은 글을 쓰면 쓸수록 발전되어 점차 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나는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생각이나 감정에 휩싸일 때 글을 쓰기 시작한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지식, 경험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글을 쓴다.
글은 내가 갖고 있는지 몰랐던 것들을 정리한다. 글을 쓰고 나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들이 많다.
무엇이든지 글을 쓰면 글의 내용은 내 것이 된다.
오늘 바로 한 문장을 적어보는 건 어떤가?
"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왜냐하면..."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