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대화하며 마음 편해지기
얼마 전, 늘 그렇듯이 나는 또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정체모를 감정이 나를 계속 긁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꼬집을 수도 없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해서 불편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올랐고, 일을 하는데 집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나는 이런 감정의 실체를 외면한 채
'할 거 하자', '괜히 예민하게 굴지 말자'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하지만 예전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하게 된 지금, 나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오히려 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그것들은 더욱더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 나를 덮쳐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었다.
"지인아, 지금 기분이 어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내 안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뾰로통하게 입을 삐죽이며 하는 대답 같았다.
"사실, 기분이 나빠." 조금 더 다독이며 기다리자,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려. 괜히 신경 쓰이고, 후회돼."
"사실은 속상한데, 그냥 내가 예민한 거겠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 안의 나는, 어른인 나보다 훨씬 더 여리고, 솔직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른인 나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사회적 기준에 맞춰 행동하려고 하지만,
내면의 아이는 오히려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싫으면 싫고, 속상하면 속상한 거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억누르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데 익숙했다.
"그렇게 느끼면 안 돼", "어른이라면 이 정도는 넘어가야 해"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그 아이는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무시하면 할수록, 더욱 서운해하며 작아졌고, 외로움을 느꼈다.
나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숨지 않도록 해주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솔직하게 말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나는 다시 한번 다정하게 물었다. "그래서, 왜 기분이 나쁜 거야?"
그러자 내 안의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다. "나는 그냥 위로받고 싶었어."
"좀 더 나를 이해해 줬으면 했어."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받고 싶었어."
그제야 모든 게 명확해졌다.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스로를 다그리고 외면하는 순간, 나는 내 안의 어린 나를 더 외롭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뭔가 걸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 불안감이 커질 때, 혹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울 때, 나는 나 자신에게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지?"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을 억누르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어준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 정리되기 시작한다.
혹시 당신도 요즘 뭔가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많아진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길 바란다. 조용한 곳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지?" 그리고 내면의 아이가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 아이가 조금 더 편안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자신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