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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Oct 20. 2024

너는 나의 큰 소, 천 원숭이, 잃어버린 반쪽!

사실 안정감을 느끼는데 별 다른 건 없어. 그냥 일이 좀 늦게 끝난 너를 기다리다가 네가 돌아오면 같이 맛있는 배달음식을 시켜서 술 한 잔 하면서 넷플릭스도 보고 수다도 떠는 거. 언제든 돌아가서 함께 할 수 있는 너와 돌아갈 공간이 있다는 거. 오늘도 너를 끌어안고 잘 수 있다는 거.


 너에게도 말했었는데, 미국인가 어딘가에서는 소 끌어안기 체험이 있다고. 한 시간에 9만 원 정도였다고 했나? 근데도 인기가 엄청 많아서 예약이 꽉 차있대. 아무 소나 막 안을 수 있는 건 아니고 본인한테 다가오는 소만 만질 수 있대. 왜, 허그를 하면 옥시토신이 증가해서 행복하고 건강해진다잖아. 근데 그게 부피가 큰 소 같은 걸 안으면 더 그런가 봐. 그래서 내가 혼자 잘 땐 항상 커다란 인형을 안고 잤던 건가. 왠지 안정감이 들잖아. 아, 새끼 원숭이 실험도 있었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천으로 만들어진 원숭이이지만 우유를 줄 수 없는 원숭이랑 우유를 줄 수 있지만 차가운 철사랑 나무로 만들어진 원숭이를 놓고 했던 실험. 원숭이들은 24시간 중에 6시간만 우유가 공급되는 곳에 있었고, 나머지 18시간은 천으로 만든 원숭이를 안고 있었대. 새끼 원숭이에게 필요했던 건 단순히 식량뿐만이 아니라 이런 접촉이었던 거지. 너는 소 안기 체험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우스갯소리로 자기에게도 돈을 달라고 하더라. 오만 원으로 싸게 안아준다고. 나는 무상으로 안을 거라고 호통을 치며 너를 안던 밤, 그 안정감.


나는 가끔 네가 나와 한 몸 같다는 생각을 해. 언젠가 너와 오래도록 몸을 붙이고 있던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원래 예~전에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한 몸에 붙어있었다잖아. 그래서 자기의 반쪽을 찾기 위해 세상에 을 배회하는 거래.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이 네가 나의 반쪽이어서였을까? 너와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오면 난 그 반을 어떻게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집안일도 하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친구도 만나고 이것저것. 근데 그 안정감이 드는 건 너와 함께하는 저녁시간뿐이야. 네가 내게 주는 안정감이 너무 익숙해서 네가 없다면 내 삶에는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분이 생길 것 같아. 이런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 네가 없는 내 삶이 당연하지 않게 돼버리는 거. 빈 부분을 미처 채울 자신이 없게 돼버리는 거. 처음부터 너를 많이 좋아해서 금방 사랑한다고 말해버리긴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느껴져.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네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매일 밤이 내겐 곧 안정감이야. 너는 나의 큰 소, 나의 천 원숭이, 잃어버린 나의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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