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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Apr 23. 2020

사랑에 아프다면 타이레놀 한 알을

사랑에 아픈 당신에게.

 사랑에 아픈 적이 많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성을 사랑했을 때도, 친구를 사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이 떠날 때마다 그렇게 아프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너무너무 힘들고 지쳐서 내가 안고 갈 수 없는 사람임을 알고 떠나기로 결심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아팠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이젠 머리까지 아파왔던 적이 있다. 밥을 먹지 못한 적도 역시 있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 혹은 첫사랑과 처음으로 헤어지고 나서는 그 상실감에 밥을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했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친한 친구들을 많이 잃었다. 다들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데 나만 왜 이런 이별들을 더 아프게 겪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만이 그런 건 아니었다. 나와 이별했던 사람도 나 때문에 역시 아팠을 것임을 알게 된 건 얼마 전이다. 친구든 연인이든 나와 인연을 끊은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하기는 해서 가끔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직접 찾아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모르고 잊으려고 노력한 채 살아가게 된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을 잊으려고 노력하면서부터 편두통이 생겼다. 너무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타이레놀을 먹었던 적이 있다. 내가 원래 피가 나면 잘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타이레놀을 먹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피가 잘 응고되지 않는 사람이 먹으면 과다 출혈을 할 수 있다는 부작용. 우리는 어떤 약을 먹으면서 그런 부작용까지 잘 읽어보고 먹지는 않는다. 아무튼 난 이별로 인한 두통에서 벗어나려고 타이레놀을 샀고, 복용법을 읽고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최대한의 양을 먹었다. 그랬더니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더라. 



타이레놀도 사랑도 과하면 이렇게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평소에 사랑에 마음이 아프다면 타이레놀 한 알쯤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집중해보라는 말이 있다. 우울할 땐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워보기도 하고, 따뜻한 물에 들어가서 몸을 뉘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켜서 혼자 춤을 춰보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실컷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고, 한 밤의 체조를 해보기도 하고, 적어도 집 앞 카페라도 나가서 분위기를 환기시켜보아야 한다. 정신적인 것에만 너무 오래 머무르면 정신은 더욱 아파진다. 이별에 슬퍼서 몸이 아프기까지 한다면,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타이레놀을 한 알쯤 먹어보고 초콜릿을 한 조각 입에 물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사실 그렇게만 해도 기분은 쉽게 좋아진다.


 나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떠나보냈다. 그게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동료일 수도 심지어 가족일 수도 있다. 이별은 항상 슬프지만 슬프다고 슬픔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내 경우에는 타이레놀이 꽤 괜찮은 효과를 주었으니 당신도 한번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플라시보 효과라고 해도 좋다. 아무튼 간 뭔가를 먹고 쓰고 읽고 붙잡고 늘어져서라도 아프지 않으면 좋지 않을까. 당신의 아픔이 보기 힘들다. 아프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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