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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Youn May 22. 2020

이가 깨지도록 차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사랑

영화 [이터널 선샤인]

 연인의 모든 비밀을 알고도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숨겨야 나은 단점들은 숨겨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요즘 사랑과 연애에 관해 궁금했던 질문 그 자체를 담은 영화가 바로 이터널 선샤인이 아닐까 싶다.


 사실 연인관계에서 첫 만남의 강한 끌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함께하게 될 지겹도록 오랜 날들을 어떻게 채워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반복되고 있었던 나의 일상을 지겹지 않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어 색다른 삶의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 행복해진다. 반대로, 너무나도 불안했던 나의 삶이 연인으로 인해 안정감을 찾게 되기 때문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정의할 수 없는 삶에서 어떻게 남과 완벽하게 맞추며 살아갈 수 있을까. 색다름은 곧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고, 안정감은 곧 지루함으로 변하기도 한다. 진짜 사랑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색다른 매력의 연인이 괴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한 점도 감싸 안아줄 수 있을 때, 안정감을 가진 편안한 연인이 지루해지기도 하지만 그 소소함에 만족할 수 있을 때, 그때부터 진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지워도 다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슬프다.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지우고는 다시 모든 기억을 되살려도 또다시 사랑하겠다는 연인들을 비춰주기 때문에 아름답고 기쁘다. 사실 이 영화는 “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니 나를 한 번 먹어보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나는 달콤한 아이스크림일 수 있지만 나를 먹으려면 이가 깨질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가 깨지도록 차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사랑을 담은 이 영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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