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dia Youn Mar 28. 2020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우리의 사랑만으로 당신은 살 가치가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 Only Lovers Left Alive] by 짐 자무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이라고 해도 사랑하고 사랑받지 못한 자들은 허망할 뿐이다. 그들은 영생이라는 뱀파이어의 특징으로 인해 시간이라는 삶에서 아주 중요한 하나를 전부 얻었다. 영겁의 시간은 우리에게 수많은 물질적 가치와 지식, 지혜, 대인관계법, 정신적 수양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사랑은? 얼마만큼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진짜 사랑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겁의 혹은 무한의 시간이 주어져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과 사랑이다. 그들은 몇 백 년에 걸친 삶의 반복 가운데 대부분의 인간들이 바라는 많은 것들을 얻었다. 부와 명예, 직업에서의 성공, 지식, 여가시간, 그 외의 각종 ‘선망받는 삶’에 어울리는 많은 것들을.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죽고 싶다. 영겁의 시간 가운데 모든 걸 얻을 수 있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함께했던 모두가 죽음으로 그의 곁을 떠나고, 남은 건 오직 사랑하는 여자 뱀파이어 하나였다.

 ‘삶’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진 그는 죽음에 다가간다. 죽을 수 없는 뱀파이어의 삶 가운데 죽음에 도달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방법을 찾아가며 죽음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멀리서 각자의 삶을 보내고 있던 와중 남자의 소식을 들은 여자는 남자를 찾아간다. 우리의 사랑만으로 당신은 살 가치가 있다고 여자는 말한다. 하지만 남자는 죽고 싶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역시 사랑은 어렵다. 결국 가장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사랑이다. 우리가 사랑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이 없이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어진다. 인간은 혼자 만의 행성에서 살지 않는 이상, 내 주위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이상 그 한 사람의 사랑이라도 갈구하도록 설계되어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돈을 버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명예를 바라는 것도,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것도, 인기를 얻고 싶어 하는 것도 모두 사랑과 연관이 있다.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얻는다는 의미의 최솟값을 제외한 모든 것은 다 사랑을 위한 것이다. 죽음 앞에서 나의 전 생애를 되짚어 보았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통장의 돈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멋진 집이나 차를 구매했을 때? 돈을 많이 썼을 때?

 아닐 것이다. 가장 행복했던 때는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순간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던 순간, 사랑하는 자식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정말 사랑했던 연인과 가장 사랑에 빠져있던 순간, 가족과 그저 행복하게 보냈던 시간, 친구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내던 시간, 업무적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던 순간,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행복했던 순간, 혹은 적어도 혼자서 스스로와 본인의 삶을 사랑하며 보냈던 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사랑해야 한다. 한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 그리 오랜 기간이 아니다. 100년 남짓한 짧은 삶 가운데 우리는 사랑하기 바빠야 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 연인이나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같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나와 전혀 연관되지 않은 모든 것에 대한 사랑까지 나아갔을 때 세상은 비로소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 한 사람의 사랑은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사랑은 전염되기 쉽다. 내가 타인을 사랑의 마음으로 대한다면 타인 역시 그 사랑을 어딘가에 표출하게 된다. 사랑을 받은 자는 사랑을 주는 것에 능하다. 사랑을 받고 싶은 자는 사랑을 먼저 준다면 더 큰 사랑이 찾아오리라.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이전 27화 이가 깨지도록 차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사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