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길 위에서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지나갔구나
하루하루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조금씩 멀어짐을 느낍니다
바스러질까 조심조심 씻기던
아기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혼자 옷 벗고 탕에 들어가는
어린이가 된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이제 어떤 것은 다시 오지 않겠구나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 시간 속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이 가장 평범하고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것을...
앞으로도 가끔 그걸 잊고 살겠지요
아버지와의 시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차로 학교까지 태워주신 뒷좌석에서의 추억들
영화 <다이하드>를 최고라 하시며 제가 빌려온 액션 영화들과 함께 한 주말들
서울생활을 시작했던 기숙사를 찬찬히 둘러보시던 모습들
회와 함께 소주 한잔 했던 많은 밤
아버지가 직접 운전대를 잡은 건 마지막이었던 요양병원까지의 드라이빙
(기억나는 장면을 글로 써 보고 나니 곁에 계신 것만 같네요)
돌이켜보면 그 시간 속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좋은 날엔
2020년 7월에는
본업과 관련된 실무 서적을 하나 써 봤습니다
<지방세의 이해와 적용, 박영사 2020>
처음 책이란 걸 써보기도 했고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초안을 다 출력해보니
아버지와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처음 난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온 후에는
나름 저자로서...
요청받지 못한 사인을 해드리고
납골당에 꽂아두었습니다
제 인생의 좋은 날에
이제는 함께 하실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지켜보시고
흐뭇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이드 미러를 뒤로하며
고향집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흔히 백미러라고 하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건
늘 엄마와 아빠
그렇게 함께하는 두 분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엄마의 모습만이 보입니다
멀어지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빈자리는
그 작은 거울에서도 느껴집니다
아쉽지만 이제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떼고
엑셀 페달을 밟습니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저도 세속적인 삶을 또 살아가야 하므로
계속되는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Epilogue.
아버지가 떠난 후에
틈틈이 기록한 단어들을 연결해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본업과 관련된 글 외에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
글을 써 볼만한 다른 주제를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시작해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에게
이 글들을 공유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괜스레 또 슬퍼지실까 봐서요
언젠가 이 글들을 묶어 책으로 펴낼 수 있다면
말해보고 싶습니다
엄마, 이렇게 글을 써봤어요
감사합니다
김승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