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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Oct 27. 2020

사이드 미러

계속되는 길 위에서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지나갔구나

하루하루 아이들이 커가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그만큼 조금씩 멀어짐을 느낍니다


바스러질까 조심조심 씻기던

아기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혼자 옷 벗고 탕에 들어가는 

어린이가 된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이제 어떤 것은 다시 오지 않겠구나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 시간 속에 있을 때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들이 가장 평범하고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것을...
앞으로도 가끔 그걸 잊고 살겠지요


아버지와의 시간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차로 학교까지 태워주신 뒷좌석에서의 추억들

영화 <다이하드>를 최고라 하시며 제가 빌려온 액션 영화들과 함께 한 주말들 

서울생활을 시작했던 기숙사를 찬찬히 둘러보시던 모습들

회와 함께 소주 한잔 했던 많은 밤

아버지가 직접 운전대를 잡은 건 마지막이었던 요양병원까지의 드라이빙

(기억나는 장면을 글로 써 보고 나니 곁에 계신 것만 같네요)


돌이켜보면 그 시간 속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리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좋은 날엔

2020년 7월에는 

본업과 관련된 실무 서적을 하나 써 봤습니다

<지방세의 이해와 적용, 박영사 2020>


처음 책이란 걸 써보기도 했고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초안을 다 출력해보니

아버지와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처음 난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온 후에는

나름 저자로서... 

요청받지 못한 사인을 해드리고

납골당에 꽂아두었습니다


제 인생의 좋은 날에

이제는 함께 하실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지켜보시고

흐뭇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보고 싶네요, 아버지.


사이드 미러를 뒤로하며

고향집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흔히 백미러라고 하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에 비치는 건

늘 엄마와 아빠

그렇게 함께하는 두 분의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엄마의 모습만이 보입니다


멀어지는 엄마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빈자리는

그 작은 거울에서도 느껴집니다


아쉽지만 이제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떼고

엑셀 페달을 밟습니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저도 세속적인 삶을 또 살아가야 하므로

계속되는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Epilogue.

아버지가 떠난 후에 

틈틈이 기록한 단어들을 연결해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본업과 관련된 글 외에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

글을 써 볼만한 다른 주제를 

또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시작해본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에게

이 글들을 공유드리지는 못했습니다

괜스레 또 슬퍼지실까 봐서요

언젠가 이 글들을 묶어 책으로 펴낼 수 있다면

말해보고 싶습니다

엄마, 이렇게 글을 써봤어요


감사합니다

김승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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