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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민 회계사 Aug 25. 2020

딴 거 없습니다, 지금 전화하세요

5번 중 1번의 소중함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교양 있었던 교양수업


'대학교 입학'과 '스무 살'이라는 것이 주었던

자유와 함께

저의 서울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1학년 시절을 되돌아보면

많은 즐거운 기억과 함께

어느 한 교양수업을 맡으셨던 

교수님의 수업 중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딴 거 없습니다

부모님한테 자주 전화드리세요

이제 여러분 인생에서 

여러분 생각만큼 부모님 자주 못 봅니다

그러니 자주 목소리 들려드리는 게 

여러분들이 당장 할 수 있는 효도입니다"


이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전화가 효도가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수업 이후로는

자주 시간을 내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 그 전화가 효도라고 생각해주셨을지 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운 대로 실천하였고

지금도 1주일에 3~4번은 전화를 드리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인생을 교양 있게 해 준

그런 교양수업이었습니다


참고로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소개되기도 한

팀 어반(Tim Urban)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블로그 

Wait but Why에  

<맨 끝 The Tail End>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시각화하여 보여준 글입니다


그 글 중 아래의 내용이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우리는 부모님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의 93%를 써버린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7%, 5%, 3%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빨간 X'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부모와 직접 시간을 보낸 날(93%)을 의미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인생에서 부모님과 직접 만나는 날은 7%밖에 없다. (미국 기준이겠지만)


5번에 1번씩 들었던 목소리


그렇게 교양수업을 듣고

부모님께 전화는 자주 드렸지만


사실 '부모님'이라기보다

정확히는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약 5번 정도 전화를 드리면

1번 정도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으니까요


그 1번도

너무 엄마에게만 전화를 드리니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에 마지못해 드린 것도 같습니다


또 아버지는 늘

"그래. 너는 잘 있나? 아버지도 잘 있다."

뭔가 이런 식으로 대화가 얼른 끝나버리니

저도 그냥 더 할 말이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던 것 같습니다


이제와 보니

아버지와 통화할 때

엄마에게 통화했던 것처럼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더 많이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1번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오늘은 전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버지가 참 그리운 때가

'엄마와 전화를 한 후'입니다


이제는 엄마에게 5번을 전화해도
아버지 목소리 1번은 들을 수 없어서입니다

한동안 

이동 중에 엄마와 전화를 마치면

그 거리의 한 구석에 잠시 멈춰 서서

엄마의 바로 위에 위치한 

아버지의 연락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그의 목소리를 떠올려보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앞서 소개한 <The Tail End> 블로그의 글처럼

아버지를 직접 뵙고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전화통화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날이 더 많았기에

아버지의 목소리는 

때론 아버지의 모습만큼이나 그립습니다


세 번째 글을 다 쓰고 보니

제 연락처에

어머니는 엄마로 저장되어 있지만

아빠는 아버지로 저장이 되어 있었네요


아버지를 

직접 목소리로 "아빠"라고 불러본 것은

최근에 1번 있는데

그건 다음 이야기에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팀 어반(Tim Urban)의 블로그 Wait but Why 중

본문에 언급한 <맨 끝 The Tail End>의 원문 출처 : 

https://waitbutwhy.com/2015/12/the-tail-en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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