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에서 0이 되는 순간에 서서

삶과 죽음의 '복'

by 김승민 회계사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아버지가 떠난 후에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보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좋은 일은 내가 하는 일 덕분에 생겼어


제가 브런치에서 쓴 첫 번째 글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통해서

'내 인생의 모든 좋은 일은 내가 하는 일 덕분에 생겼다'를 깨달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면


제 일이 제 인생에 가져다준 가장 큰 선물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제가 옆에 있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회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노트북과 전원코드만 있으면 병원에서도 일할 수 있었고

솔직히 당시에는 개업 초기라 일이 많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직장인 분들보다는 병원에서 아버지 곁에 오래 있을 수 있었습니다


IMG_4137.jpg 직업과 함께한 노트북과 전원코드 (그리고 콘센트)


아버지가 떠나는 순간을 돌이켜봤을 때

문득 '내 인생의 좋은 일은 내가 하는 일 덕분이다'는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대사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직업에

그리고 그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제 상황에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복


제 주위만 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을

자식이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업이나 직장 등을 이유로

부모와 멀리 있기도 하고

또는 가까이 있어도

잠시 자리를 비운 그 한순간에 돌아가시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와주신 분들 중

제게 이런 말을 건넨 선배님이 있었습니다


"너 아버지 임종 지킨 거 너에게도 아버님께도 큰 복이다. 어머님 잘 모시고.."


그런 것 같습니다

제게는 정말 큰 복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으로 인해

지금 이렇게 글도 쓰기 시작할 정도로

제 삶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의 말씀처럼

아버지께서도 떠나시는 외로운 순간

저와 가족이 있었다는 것이 나의 복이었다 생각하셨다면

자식으로서 더 기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100에서 0으로


저는

기계에 표시되는 생명과 관련된 숫자보다

제 손가락에 느껴지는 '숨'의 세기를 통해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안도하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저녁

무심코 아버지의 코에 갖다 댄 제 손가락에서

가늘었던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숨'은
'아날로그'처럼 100에서 70, 50, 30, 20, 10... 0으로
서서히 다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디지털'과 같이
100에서 단번에 0으로
그렇게 한 순간에 생명은 멈추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아버지의 생이 멈춘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머릿속 기억보다는

마지막 그 숨을 느꼈던 손가락을 보며

그 순간을 추억합니다


이제는

손가락을 코에 대어 숨을 느끼는 것이

또 하나의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에 느껴지는 '숨'에, '생명'에 감사합니다




커버이미지 출처 : https://www.healthline.com/health-news/how-death-doulas-can-help-people-at-the-end-of-their-lif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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