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까지 사랑 동동 아빠의 손 맛
나를 위한 선물
친정집에 다녀오는 길에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난 장인어른처럼 못해” 한마디 말이었지만,
그 말속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해 질 녘 노을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며,
시 한수 적어 놓는 것을 좋아했던 평범한 남자가
한 여자와 결혼을 했다.
20대의 시작을 한 여자를 지켜내고,
한 생명을 기르는데 온갖 정성을 쏟았던 남자.
꿈 많던 시절이었을 텐데..
모든 꿈을 접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가장의 길은 외롭고 힘든 길이었다.
엄마가 되는 게 낯설고 힘들었던 아내는 자주 집을 비웠고, 아이들은 남자의 차지가 되었다.
자리가 비어있을 땐 엄마이자 아빠가 되었고,
엄마가 있을 땐 아내가 또다시 지치지 않게 해 주려고 전전긍긍하며 본인의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반복되는 빈자리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아이들 생각에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 해 주려고,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의 교복을 다려주었고,
점심시간이면 따뜻한 밥을 먹이겠다고 학교 앞으로 도시락을 가져다주곤 했다.
음식 솜씨가 없어도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한 아침상은 고추참치 통조림과 라면.
지금도 라면과 고추참치를 먹을 때면 그때 그 맛이 떠오른다.
우리를 위해 바삐 움직이셨던 아빠는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종종 식혜를 만드신다.
딸이 좋아하는 식혜.
아빠가 손수 만들어 병에 담아주신 식혜는
날 향한 아빠 마음까지 담아있기에 밥알 하나 까지도
사랑을 머금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