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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Jan 05. 2024

정크정식에 콩나물 무침 추가

아이의 말

겨울방학이다.

이번 방학은 길기도 하다.

이미 시작되긴 했지만 어림잡아 두 달이다.

두 달 동안 어떻게든 잘 먹이고, 잘 먹이고, 잘 먹여야 한다.

겨울방학 동안 토실토실 잘 키워놔야 학교 다니면서 살도 빠지고, 키도 큰다.

방학 전에도 저녁 한 끼 준비하는 게 큰 미션이었는데...

삼시 세 끼를 챙겨야 하다니! 쉽지 않은 여정이 그려질 것 같았다.



사실 워킹맘의 겨울방학은 냉장고 털이 시작이며, 대형마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야 지치지 않는다.

나 역시 워킹맘이기에 가볍게 냉장고 털이부터 시작하고, 주말에는 마트에 다녀올 계획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간단한 저녁 상차림으로 4살, 9살, 14살, 17살 아이 넷을 만족시켜야겠단 생각으로

아이들 취향저격 음식을 준비했다.

취향저격이란 어휘를 쓰는 이유는 나름대로 핑계를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다.

냉털(냉장고 털이)의 기본은 냉동실이 우선이다.

떡갈비와 냉동만두를 꺼내어 불판에 차례대로 구웠다.

노릇노릇 구우려고, 강불과 약불을 적절하게 조절하며 계속해서 뒤집어 었다.

쉬지 않고 집게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냉동 식품에 정성을 쏟았다.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응, 아침에 끓인 미역국이랑 떡갈비, 냉동만두"

"뭐야? 정크푸드 정식 먹는 날이야?"

"왜~너네 좋아하잖아. 오늘만 그냥 먹으면 안 되겠니?"

"방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정크정식이지?

 아~ 우리 엄마 안 되겠네"

"안되긴 뭐가 안돼. 먹기 싫음 먹지 마."

팩트 폭격기를 날리는 아들에게 먹지 말라는 말로 방어했다.


'췟! 좋다고 먹을 거면서 투덜거 리긴...'

민망함을 없애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끄집어냈다.

'아...... 좀 심했나?'

정말 솔직하게 사실을 말하는 아들 덕분에 냉동식품에 들이던 정성을 멈췄다.

야채칸 제일 아래쪽에 있던 콩나물 한 봉지를 꺼내 들었다.

콩나물 데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으니

빠르게 콩나물 무침 하나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아들~! 밥 먹자. 정크정식에 콩나물무침 추가"

"오! 꿀조합이네. 역시 우리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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