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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Feb 01. 2024

자신을 안아줄 수 있어야 타인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다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여유가 생긴다.

  수학 문제는 올바른 풀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마음과 관련된 문제는 정답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 자신의 문제로 고민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생각을 바꾸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현명한 일임을 앎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있는 힘껏 안아줄 수 있을 때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생각과 감정들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안아준 경험은 그 생각과 감정을 멀리 내쫓지 않아도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수용-전념' 치료에서 말하는 '수용'입니다.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지난 시간 스스로 바보 같다고 여기면서도 끈질기게 놓지 못한 생각과 감정들로 힘들어한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내가 안쓰러워 보이는 순간, 나와 같은 순간을 지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아픔도 눈에 들어옵니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어떤 마음으로 힘든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호소할 때 섣불리 정답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에 공감하며 지금 이 순간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수용되고 판단이 아닌 위로받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삶 속에서 이루고 싶은 가치를 찾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문제가 정답으로 풀리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 위해 쓴 시간과 힘을 지금 이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데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순간의 작은 변화의 씨앗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가치를 향해 행동하는 것이 '수용-전념 치료'에서 이야기하는 '전념'입니다. 

  약 3년간, 초등교사로서 '수용-전념'치료를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에서 비롯되는 마음과 관련된 문제들을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써왔습니다. 그 결과, 교육청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책 한 권을 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라는 사회적 요구에 지친 선생님들이 자신의 마음을 먼저 보듬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 수용-전념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생각과 감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무능력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탓하는 것을 고통의 원인으로 여기는 심리치료적 접근.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기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자비롭게 바라보는 '자기-자비'를 치료의 핵심적인 요소로 여김.


* 참고 도서

 -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 Hayes, Steven C.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서울: 학지사, 2010.

 - Luoma, Jason B. 수용전념치료 배우기. 서울: 학지사, 2012.

 - Wilson, Kelly G. (수용전념치료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를 위한) 마음챙김. 서울: 학지사, 2013.

 - Hayes, Steven C. 수용전념치료. 서울: 학지사, 2015.

 -수용-전념 상담사 training 자료집, 2023. 서울:  서울 수용과 전념 치료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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