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너무 좋아, 재밌어(학교는 어려워~)

조금만 힘을 내~

by 샨띠정

"내일 학교 가는 거야?"
"응, 월요일이잖아."
"에이, 장군이랑 꽃순이는 왜 공부 안 해?"
"장군이랑 꽃순이는 개잖아."
"나도 개 되고 싶다~"
"왜 학교 가기 싫어?"
"응, 집이 너무 좋아. 재밌어."
" 어떤 게 재미있어?"
"장군이랑 꽃순이도 있고, 자전거도 타고, TV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시골 작은 학교로 전학을 와서는 매일 등교 수업을 한다.
아침부터 학교에 가서 집에 오면 오후 5시이다. 거의 하루를 학교에서 보내느라 나름 힘이 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재미나게 열심히 다니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스럽기만 하다.

시골 작은 학교 정경

"이렇게 천천히 배우고 연습하면 잘할 수 있어."
아이에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특해서 격려해주고 힘을 보태주려 하는데 본인도 힘이 부치나 보다.


"엄마, 나 병원에 가 봐야 되겠어."
"왜 갑자기?"
"내 브레인(뇌)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될 거 같아. 혹시 내 브레인이 너무 작은 거 아니야?"
"안 찍어도 돼~ 너 안 작아.. 커.."
"진짜로 그럴까?"
"응,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엄마가 기도해줄게~"


그날 밤, 수학 문제를 풀며 신이 나서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딸랑구가 말한다.
"엄마 엄마, My brain is working. (뇌가 잘 돌아가), 이것 봐"
"와... 진짜 잘한다. 거봐.. 할 수 있지?"


조금씩 한국 학교에 적응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니 감사하다. 하지만 여전히 집에 있는 게 더 좋고, 더 편하고, 더 재밌는 딸랑구. 그렇다고 집을 재미없게 만들 수도 없고...


학교에 잠시 들렀더니 날 현관 입구로 끌고 가서는 딸랑구가 날 시험한다.
"엄마, 내 거 찾아봐. "
"이거 아니야?"
"딩동댕동~ 어떻게 알았어?"
"엄마는 당연히 알지~~"
딱 보면 섬세하고 디테일한 우리 딸랑구의 솜씨를 금세 찾을 수가 있다. 눈에 띈다. 항상... 그림 솜씨가 좋다.
집에 장군이와 딸랑구... 벽시계며 텔레비전과 집 풍경을 그럴듯하게 꾸며 놓았는데 엄마가 없다.
"엄마는 어디 있어?"
"미안~ 시간이 없어서 못 그렸어. 다음에 꼭 만들어줄게."
"괜찮아... 엄마는 괜찮아 ~"
장군이에게 밀렸다. 살짝 자존심 상할뻔했는데 엄마니까 이해해야지.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천천히 가고 있는 딸랑구를 보며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올 때도 있지만, 스무 살이 되면 거의 성장 수준이 비슷해진다고 했던 말이 위로가 된다.
지나고 보면 나도 스무 살 이전에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이 있지만, 기초적인 학습 이외의 진짜 지식은 스무 살이 지나서 내가 찾아 읽고 공부하며 배우고 커 왔던 거 같다.
32세에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했고, 훗날 더 알아야 할 많은 세상 지식과 지혜를 배웠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다.
미리 너무 걱정하지 말자.
집을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늦으면 늦는 대로,
그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랑 먹으며 쑥쑥 자라나길...

시골에 오니 이웃집의 사랑을 덤으로 듬뿍 받는다.
"아이가 좀 시끄러워서 죄송해요."
"아니여, 좋아... 걱정하지 마."


앞집, 옆집에서 김치와 겉절이, 알타리 총각김치를 주셔서 김치 풍년이다.
딸아이는 장군이, 꽃순이와 산책하며 앞집 이모집을 제 집 드나들듯 한다.


"이모, 물 주세요."
"그래, 이리 와 ~"
바로 뒤가 우리 집인데 이모한테 쪼르르 달려간다.


우리 동네는 대문이 없다.
대문 없는 동네에 사니 참 좋다.
아이 정서에도 마음에도 풍요로운 평강이 넘쳐흐른다.

마음이 부자가 되고, 정서적 부자가 되고,
평강의 부자가 되는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는 율곡마을 파랑 지붕 집에 산다
초록지붕 집이 아닌 파랑 지붕이다.
초록지붕 집에 사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 빨강머리 앤도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부요했던가...

딸아이가 꾸며 놓은 우리 집 풍경


keyword
이전 09화가을 숲 속 학교의 야외 음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