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얘기 나누고 웃으며 함께 하는 시간도 좋아한다.
시골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제한된 공간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활동적인 내 삶의 패턴이 고정되는 듯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면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었기에 어쩐지 불안하기도, 소외된 느낌까지 몰아왔다.
혼밥, 혼영화, 혼카페, 혼여행, 그런 것은 내게 엄두도 못 내는 일이 있으니, 늘 내 곁에 사람들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누구보다도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즐긴다는 것을. 따지고 보면 정원에 있을 땐 수많은 꽃들과 새들, 풀벌레가 날고. 강아지들이 졸졸 따라다니니 사실상 혼자는 아닐 게다. 사람이 아닌 자연으로 주변을 채우는 시간을 감사했다. 고요한 하늘에 줄지어 날아가는 새들과 그들의 노랫소리가 대화로 끌어오기도 한다.
나는 어쩌면 고요함을 추구하기도 하면서 그 심연한 고요를 공포스럽게 느끼기도 하는 역설의 인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일은 내 일과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내가 누려야 할 그 시간이 없이 며칠을 지나면 영락없이 긴장과 스트레스가 찾아오곤 하기 때문이다.
아침은 아이 등교를 마치고 홀로 북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반려견들의 배설물을 치우고, 정원을 돌아보는 그 순간. 전화로 친구와 일상을 나누는 그 아침을 사랑한다.
나는 또한 하루 일과를 마치면 안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반려견도 딸도 남편도 내 공간과 그 순간을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심호흡을 들이켜고, 묵상하며, 책을 읽거나, 뉴스를 검색한다. 글을 쓴다. 더 많이 쓰고 싶은데 핑곗거리가 많이 생기니.
오늘도 나는 독감을 이겨내는 중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는 독감투병의 시간도 내가 누리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주어졌으니. 그것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