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잎을 어서 따 먹으라고 넓적한 잎사귀를 만들어주는 연둣빛, 초록빛, 자색 상추들과 깻잎, 겨자, 치커리들이 열 일을 하고 있다.
건강하고 보드랍게 잘 자라고 있는 야채들을 이뻐해 주는 사이에 예쁘고 앙증맞은 작은 열매들이 맺히기 시작한다.
흰색 딸기가 열린 걸 보며 언제 빨갛게 익을까 오매불망 기다렸다. 조금씩 수줍은 듯 붉은빛을 띠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매일매일 옅은 붉은색으로 짙어만 가더니 빨갛게 익어 달달하고 맛있는 빨간 딸기를 선물했다.
예쁜 딸기 가족
고추도 열리고 있다. 몰라봐서 미안...
고추 옆에 보니 작은 아기 오이도 열렸다. 따 먹으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어서 맛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옆집 어머니의 오이 모종은 몇 번이나 죽어서 사다가 다시 심었다고 하시며 잘 잘라는 우리 집 오이가 신기하다고 하신다. 볼수록 기특한 우리 집 아기 오이들이다. 어느새 쑤욱 자란 기다란 오이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 오이는 얼마나 야들야들하니 맛있을까?
아직 보라색 가지는 노란 꽃만 피고 있고, 아무리 찾아봐도 열매가 보이지 않는다.
토마토는 빨간 토마토와 노란 방울토마토 두 종류를 심었더니 쑥쑥 자라고 있다. 얼마나 무성하게 잘 자라는지 옆집 어머니도 뭘 어떻게 했냐고 구경까지 오셔서 물으셨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토마토가 잘 컸어?"
"모아둔 강아지 똥이랑 작년에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퇴비를 만들어서 줬더니 잘 자라는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우리 장군이와 꽃순이 똥이 토마토를 잘 자라게 하고 있나 보다.
주렁주렁 방울 토마토
마당 한편에 있는 완두콩도 어느새 크기가 쑥 커졌다. 작은 완두콩 나무에 콩이 주렁주렁 열려 매달려 있다. 콩 껍질 안에는 콩이 몇 알쯤 들어 있을까? 사랑스럽다.
길죽길죽 완두콩
당뇨에 좋고 항암효과까지 있다는 아로니아도 소리 없이 열매를 잔뜩 안고 있었다.
오손도손 다정한 아로니아
이제 곧 호박도, 가지도, 참외도, 옥수수도 주렁주렁 열매를 내줄 텐데, 잘 살펴주고 챙겨줘야 할 거 같다.
사람과 동물, 식물도 사랑과 관심 속에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냥 하늘에만 맡기고 방치한다면 고이 예쁘게 자라나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다.
물론 우리 주님은 들에 핀 꽃 한 송이와 들풀까지도 놓치지 않고 살피시는 선하고 좋은 분이시니, 큰 염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에게 맡겨진 이들을 식물도 포함하여 잘 챙기고 살피는 게 우리의 임무 임을 자각하는 시간이다.
하늘이 비를 내려줄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우리 텃밭의 꽃들과 모종들에게 물 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잡초가 날 때도 너무 많다 싶을 때는 딸아이와 풀 공부를 하며 풀 뽑기 작전에 들어가곤 했다. 성경에서 나오듯, 밭에 가라지(풀과 잡초)를 뽑으려다가 알곡(채소)까지 잘못 뽑아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내 마음과 눈에는 풀도, 잡초도 예쁘게 보이는 건 왜일까?
뽑아버리는 게 미안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그들도 살아보겠다고, 꽃을 피우겠다고, 야단법석이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어떤 풀은 그냥 자랄 때까지 뽑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야생화 꽃이 때론 더 수수하고 하늘하늘거리며, 화려하지 않은 게 더 마음의 감성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그런 야생화가 좋다.
하지만, 열매 맺는 데 방해가 되는 풀은 뽑아줘야 하니 잡초와 열매 맺는 채소는 구별해서 잘 돌봐야 할 필요가 있기에 아쉬운 마음도 참아내야 한다.
풀을 뽑는 동안 나의 내면 속의 잡초까지도 같이 뽑아내 버릴 때는 그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