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 아랫집, 앞집, 건너편 집, 길 건너집..... 모두 내게 호박을 따 주신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호박 요리를 맛나게 해 먹을 수 있는지 요리법까지 일러주시니 부드럽고 순한 애호박으로 입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호박 부자다.
나는 살아가는 동안 수없는 기적을 체험한다. 내게 없는 것들, 그리고 나의 필요에 따라 주어지는 내 삶에서 일어나는 기적들을 경험할 때마다 온몸에 전율을 느끼곤 한다.
엊그제 인도에서 메시지가 왔다.
나와 샤이니는 인도에서 지내는 동안에 물로 인한 피부질환으로 많이 고생을 하다가, 바디샴푸와 바디로션을 사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인도산 천연비누 바이오틱 비누나 유기농 카디 비누로 머리를 감고 샤워도 하며 살아온 세월이 거의 10여 년이 되어 간다. 그렇게 한국에 와서도 인도에서 가져온 바이오틱 비누만 사용을 하다가 마지막 남은 비누 한 개를 다 쓰고 난 다음 날 받은 메시지다.
안도에서 온 사랑의 편지
이런 일이 어찌 한번뿐이겠는가?
작년에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없었을 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들을 보며 샤이니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보조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아이에게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어 사이즈도 딱 맞는 교복이랑 책을 우리 딸아이에게 물려주시고 해외로 떠난 분이셨다.
기적처럼 찾아온 분홍 자전거
핑크 공주였던 딸아이의 소원대로 분홍 자전거를 선물로 받아서 샤이니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며 즐길 수 있었다. 이것 또한 기적이다.
영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도 우리가 사용하던 가구와 물건들을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드리고 왔었다. 인도에서 지낸 9년 여의 시간 동안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때만해도 다시 인도로 돌아갈 계획이 있었던 터라, 다시 돌아가서 사용할 물건들과 책들은 박스에 담아 창고에 맡겨두고는 나머지 물건들은 일일이 필요한 분들에게 챙겨드렸다.
영국과 인도에서는 물건을 하나라도 팔아서 필요한 경비에 보태라고 우리에게 조언을 하셨지만, 우리는 우리 삶의 비밀인 기적을 믿고 있었다.
"흘려보내면 다시 우리에게 흘러 오더라고요. 우리는 그걸 믿어요."
그렇게 이민가방만 들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온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넘치도록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주님을 통해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글로 다 나열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오늘은 자몽 두 개를 들고 오시는 이웃님을 통해 사랑을 받았다. 다음에 풋고추도 가져다주시겠다고 하신다. 자몽주스도 좋아하냐고 물으시는데,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저... 나의 대답은 "네, 좋아해요."이다.
얼굴만한 자몽 2개
꽃이 예쁘다고 했더니 화분 두 개를 갖다 주시는 또 다른 나의 이웃 어르신. 무슨 말을 못 하겠다.
어르신께서 주신 화분 2개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우리도 모르게 핸드폰 케이스와 화면 보호필름, 핸드폰 거치대까지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우리 집으로 배송까지 시켜주고, 하나에서 열까지 자동차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시간 내주는 지니 아빠까지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블로그 이웃이신 패랭이꽃님이 접시꽃 씨앗을 보내주신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고 싶다고 했더니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접시꽃이 예쁘게 핀 마당을 상상만 하는 것으로 행복한 순간, 설레는 마음으로 택배 상자를 열어보았다. 접시꽃 씨앗만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많이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이게 뭐지?"
접시꽃 씨앗이 이렇게 생긴 줄도 몰랐고, 이렇듯 많이 보내주실 줄도 몰랐는데, 바리바리 싸서 많이도 보내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녹차 한 봉지까지 들어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뭘까? 하고는 유심히 살펴보니 반찬인 거 같았다. 에구... 직접 만드신 콩자반까지 보내주신 것이다. 감동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