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네 이웃 이야기

이웃이 있어서 좋다.

by 샨띠정

봄이 깊어가더니 어느새 여름이 오는 길목의 시골 마을에 오손도손 정다운 이웃들이 있다. 옆집 예쁜 집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 앞집 젊은 언니(이 동네에서는 적어도 젊은 언니다.) 내외분, 아랫집 할머니 할아버지, 이장님, 그리고 강 씨와 이 씨 일가들이시다.
시골 텃세를 우려하는 분들이 계셔서 내심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 동네 이웃들은 너무 좋으시다.
이웃 어르신들도 우리더러 좋은 이웃이 이사 와서 좋으시단다.

빨간 앵두를 따시는 동네 어르신

"이리 와 봐요. 앵두 좀 따 먹어요."

"네~ 감사합니다. "

새콤달콤하니 앵두 맛이 달고 맛있다.

또 부르신다.

"거기 보리수 한번 따 먹어봐요."

빨갛게 익은 보리수가 주렁주렁 열렸다.

딸아이는 하나 따서 입에 넣어줬더니 입에 안 맞나 보다.

"퉤.... 맛이 이상해."

내 입에는 잘 익은 달고 맛난 보리수가 요즘 젊은(?) 아이에게는 입에 안 맞나 보다.


목소리 크고 왈가닥인 딸랑구 때문에 양해를 구했다.
"아이가 조금 시끄러워서 죄송해요."
"아니여, 좋아. 얘들 쫑알대는 소리가 있으니까 좋고, 하나도 안 시끄러워~ "
"감사해요. 시끄러우실까 봐 걱정했어요."
"아니여, 괜찮아. 우리는 좋아. "

동네 어귀에 산딸기도 주렁주렁 열렸다.

다행이다. 아이 소리가 방해가 안 된다니 너무 좋다.
그래서 "깔깔깔, 하하하, 쫑알쫑알" 딸랑구의 소리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려 애쓰며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는다.

"좀 줄까? 필요하면 줄게."
"네, 주세요~ 전 주시면 감사하죠."
무를 뽑아주셔서 김치를 담가서 나눠 먹는다.

"상추 모종 좀 뽑아가도 돼? 비닐하우스에 상추 모종 좀 심을라고"
아랫집 할머니께서 우리 텃밭에 자란 상추를 보며 물으신다. "네, 그럼요. 뽑아가세요."
나도 드릴 게 있다는 게 좋다.


얼마 전에 옆집 어머니께서 넘어지셔서 왼쪽 손목이 부러지셨다. 구급차를 부르셔서 남편이 모시고 병원에 같이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입원 수속을 도와드리며 병원에서 잠시 보호자 역할을 해드렸는데, 분당 아들네 집에 계시면서 수술을 마치고 깁스까지 푸시고는 드디어 어제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드님 댁에 계시면서도 종종 전화를 주셨던 터였다.
"이제 수술 다 끝났어."
"깁스 풀러 가."
"다음 주 수요일에는 집에 갈 수 있어. "
"너무 고마워서..."
매번 고맙다고 하신다. 크게 해 드린 것도 없는데, 아드님이 모시고 오면서 선물을 가져오셨다.
"너무 고마워서요."
"이런 거 받으면 안 될 거 같아요. 한 것도 없는데요."
"너무 고마워서..."
어머니도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좋은 이웃이 생겨서 너무 좋아."
몇 번이고 말씀하신다.
"저희도 좋아요. 감사해요."


어딜 가나 이웃이 있으면 덜 외롭고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와서 어떻게 살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이웃이 풍성하다.

"커피 마시고 가~"
"네~~"
우리 동네는 대문이 없다. 대문 있는 집이 없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대문이 없는 게 참 시원하니 좋다.
지나가는 나를 보면 앞집 언니가 부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안 지나가는 것처럼 지나가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또 지나가시던 아랫집 할머니도 들어오신다.

둘에서 셋이 되고, 셋이 넷이 된다.
그냥 듣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ㅎㅎ

어제는 앞집 언니가 깍두기 한 통을 주셨다.
옆집 어머니도 또 매실청을 주시겠단다.
"청국장 좋아해? 좀 줄까? 고추장도 맛볼래요?"
"네~ 좋아해요. 주세요."
복이 터졌다.

산책하는 길에 백일홍이 예쁘게 핀 집이 있는데 지나다니며 꽃을 바라보는 날 향해 꽃씨를 받아 가라 하신다.

백일홍이 코스모스 사이에 피었다.

코스모스와 백일홍 꽃씨를 받아 씨를 뿌렸더니 벌써 백일홍은 예쁜 노란 꽃을 피웠고, 코스모스는 키가 쑤욱 자랐다.

아침 산책길에 친구 이웃을 만났다.
우리 딸랑구랑 다른 이웃학교인데 등교 시간이 같아서 매일 아침 등굣길에 만나는 이웃이다.

호수 옆에서 펜션을 하시는 분이시다. 매번 예쁜 집이 마음에 들어서 산책길에 구경하는 그 집에 사셔서 더 기분 좋은 아침 산책 친구다.


이 동네에 오니 우리는 젊은 사람이다.
조금 더 젊으니까 이웃분들을 섬기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식구가 받는 사랑과 보호에 보답할 길이니 그렇다.
어느 곳이든 함께할 이웃이 있으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확인하는 순간들이다.

이제 이 곳의 밤이 무섭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의 마음씨 좋으신 이웃님들 덕분이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시골 동네에 정착해 가고 있다.
어떠한 일이 닥쳐도 그리 겁나지 않을 거 같다.

"이는 내 계명이니 ,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일이 오늘 내가 지켜야 할 계명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날들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거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끝까지 사랑하자.
어쩌면 가장 어렵고 힘들 수 있는 것일지 모르나,

마음으로 사랑을 해보자.

가식 없는 사랑을...

텃밭 토끼집 앞의 우리 집 강아지 꽃순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