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꽃순이를 의식한다. 나도 아가 같은 꽃순이가 예뻐서 마음이 가고 사랑을 주는 건 맞지만, 딸 자신도 꽃순이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 터이다.
그래서 어제는 대답을 바꿨다.
"꽃순이가 꼴등이야."
"그럼, 누가 일등이야?
"당연히 우리 딸이 1등이지. 알잖아. 몰랐어?"
"응, 알아."
"그런데, 자꾸 물어봐? 엄마는 네가 최고야."
"알아."
꽃순이와 딸아이
내가 부어주는 사랑이 부족할까? 잠시 고민을 해보고 있는데, 꽃순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영특하고 똑똑한 꽃순이지만 은근 욕심이 많다 보니, 간식이나 먹을 게 있으면 씹지 않고 꿀꺽 꿀꺽 삼켜 버린다. 아무래도 장군이와 경쟁을 하는 듯하다. 그래도 잘 토하는 일이 없는데, 어제는 과식을 했는지 갑자기 식탁 밑에서 한 바닥을 토해 냈다.
어디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서 딸과 함께 꽃순이를 돌보며, 나는 걱정 어린 마음으로 토사물을 차분하게 잘 처리했다. 그 모습을 본 딸아이가 내게 와서 날 시험한다.
"엄마, 나도 애기 때 토했어?'
"응, 당연하지."
"엄마, 내가 토할 때 화냈어?"
"아니, 왜 화를 내? 엄청 많이 걱정했지."
꽃순이의 토사물을 아무렇지 않게 치우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자신에게는 어떻게 했을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아기 때의 기억을 다 잊어버리니 너무 안타깝다. 제발 기억 좀 해주렴.
나도 6살 이전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이 하얗다.
아이가 기억하지 못하면 엄마 입에서 녹음기를 틀어 놓듯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거 같다.듣고 싶고 또 듣고 싶은 아이 때의 추억은 엄마의 입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나라도 잊어버리기 전에 소중한 추억의 이야기들을 가능한 많이 들려줘야겠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때, 자동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갈 때마다 앞서 걸으며 우리 집을 잘 찾아내던 꼬마 아가에 대한 추억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 가서 연습해야 했던 성가대 연습실에서, 성가 연습을 끝내고 나오는 엄마를 위해 아장아장 걸어가서, 많고 많은 신발 중에서 엄마 신발을 두 손에 꼭 쥐고 찾아다 주었던 꼬맹이 아가를 나는 가슴 깊숙이 기억하는데, 우리 딸은 기억을 못 한다.
인간의 제한된 능력과 기억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래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묻고 또 묻는다.
들어도 들어도 다시 또 듣고 싶은 아기 때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자신이 엄마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그래서 요즘 딸랑구에게 매번 사랑의 고백을 한다.
"너는 뚱뚱해도, 배가 나와도, 여드름이 나도, 공부를 못해도, 항상 최고야! 항상 예뻐!"
알면서도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그 마음을 알기에, 끊임없이 사랑의 고백을 해 주려 한다.어쩌면 내가 부어주는 사랑이 아이에게 조금은 부족했을지도 모르니까.
내 일에 바빠서 아이에게 소홀하고, 내 감정에 몰입되어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할 때도 많았던 부족한 엄마다.
그 마음에 부어지는 엄마의 사랑이 차고 넘칠 때가 되면, 아이 마음의 헛헛함도 갈급함도 해소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