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 어린 생명을 양육하며 먹이고, 씻기고, 돌보는 일 중에 가장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건 아마도 아기의 잠을 재우는 일이라 생각한다.
갓 태어난 아가들은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을 자는 시간이 더 많고, 아기가 잠을 자는 동안 아이의 뇌도 자라고 몸도 성장한다고 한다.
그 어떤 것보다 뒤지지 않을 만큼 중요한 부분이 아기의 수면 시간이다.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아이가 건강하게 발육하는 데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를 양육하는 육아맘은 어떤 면에서 아이의 수면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기도 한다. 엄마 역시 수면 부족에다가 육아로 인해 피곤에 지칠 때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기가 잠시 잠든 틈을 이용해서 크고 작은 소소한 일들을 처리하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이라도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유일한 휴식 시간이 되기도 한다.
샤이니는 아기 때부터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훈련을 시킨 덕분에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저녁 9시 전에 늘 취침을 하곤 했다.(지금은 한국에 와서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있어서 고민이다.)
딸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인 나는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았다.
보통 때는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나는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샤이니를 재우면서 함께 꿈나라로 가고는 했다.
하지만 가끔 나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컴퓨터 작업이나 책을 봐야 할 일들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면 샤이니는 엄마의 계획을 정확히 알아챘다. 그리고 엄마를 곁에 붙잡아 두고는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재우려 해 봐도 눈이 더 똘똘해지는 아이는 수면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발, 제발~~ 좀 자렴....'
속으로 나는 아이를 재우며 백번은 더 속삭여야만 했고, 이미 자장가를 너무 많이 불러버린 상태라 심지어 목도 아프기 시작했다.
가끔 아이는 잠을 자기는커녕 엄마랑 같이 놀자고 까르륵까르륵 웃기까지 할 때도 있으니 일찌감치 엄마의 작은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일쑤였다.
아이는 어떻게 알까?
엄마가 자신을 재우며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다는 걸 아이는 알아차려 버린다.
수면은 우리 몸속의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면 깊은 숙면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수면 호르몬의 장애가 생기면 수면 부족과 함께 생체리듬까지 무너지게 되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작은 스트레스부터 크게는 인체를 흥분하게 만드는 도파민이 수면 호르몬의 분비를 방해하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거나 눈을 감아도 뜬 눈으로 있는 거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해야 할 다른 계획을 갖고 있는 엄마에게서 아이는 이미 엄마의 생체 리듬이 변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아이도 함께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가 계획을 포기하고 아기를 품에 안고 눕는 그 순간에 아이도 스르르 잠이 드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인도에서 샤이니가 어렸을 때다. 힌디어 그룹 스터디에 가기 위해 딸아이를 차에 태우고 잠들기를 바랐다. 곤히 잠든 샤이니를 곁에 눕혀 놓으면 힌디어를 공부할 때 집중도 할 수 있고, 일단 방해가 되지 않아서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앙증맞은 딸아이는 차에서 곯아떨어져 잠이 들었다가도 차가 멈추는 순간에 벌떡 일어나곤 했다. 그러면 나는 다시 아이를 태우고 몇 바퀴를 더 돌다가 포기하고 힌디어 스터디에 그냥 같이 데리고 갔던 기억이 있다. 아이는 엄마의 계획을 엄마의 몸에서 발산되는 호르몬으로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거다.
수면은 억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처럼 잠이 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게 하거나, 자고 싶지만 잘 수 없는 사람들은 마치 고문을 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땅에 닿자마자 꿈나라로 가서 숙면에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아무리 잠을 자려고 애를 쓰며 갖은 노력을 다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현대에는 더욱 수면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그만큼 스트레스와 신경 쓸 일들도 많고, 스마트 폰이나 네온사인 등 현대 문명이 인간의 수면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백만장자라 할지라도 단잠을 잘 수 없다면 그 삶이 윤택하다 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