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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유 May 26. 2024

행운의 9가 찾아왔을 때

2부 엄마 독립시키기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독서 모임을 하던 중 질문이 나왔다. 이번 주 책은 「돈의 심리학」이었다. 여기서 “우연과 기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버는 데 중요하다.” 부분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것 같았다. 한 명씩 자신의 관점에서 노력과 행운에 관해 이야기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저는 앞에서 말한 사자성어를 조금 바꾸고 싶어요. 운구기일(運九技一) 운이 9 노력이 1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저자의 의견에 반대하는 노력에 의미를 두었을 때, 나는 잔잔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행운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모두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우연과 기회의 중요성을 크게 여기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확신한 동기가 있을까요?”

눈을 감고 떠올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정말 운이 없던 사람이다. 우연보다 노력에 편중했다. 그런데 돈의 심리학에서 말한 우연과 기회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스무 살에 취업 준비할 때, 엄마는 자신의 선택을 따르라고 강요했다. 나의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가 다니는 회사 정규직으로 들어와. 초봉이 사천오백만 원이 넘어”

“네 일단 서류 한번 넣어볼게요”

고등학생, 전문대학까지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봉사활동 시간, 대외 입상 경력을 쌓았다. 산업기사 자격증 두 개를 취득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에 두 번 지원했고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신입사원 연수에 불참했다.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정신이 없어서. 두 번째는 다른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미줄을 펼쳐놓고 내가 들어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무기계약직으로 6년 넘게 회사에 다녔다. 사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곳에 내가 들어가면 모든 사람이 그의 손과 발, 눈이 되어줄 것이다. 앞으로도 내 의견을 내지 못하고, 그에게 절대복종해야만 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했다. 의견에 반하면 회사에서 패륜아로 낙인찍힐 미래.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지옥문 입구에서 나를 반기는 그의 손을 잡고 싶지 않았다.      


당시 나는 커다란 변곡점에 서 있었다. 어떤 선택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삶이 달라진다는 걸 직감했다. 당시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자는 친구의 권유를 뿌리쳤다. 그 직업은 생활보장대상자의 삶을 180°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내가 쌓은 스펙으로 기울어진 게임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직장이 필요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8년 만에 H와 K 두 기업이 국내 공장 시설을 확장하고,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어서 대규모 공채가 이어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곳을 입사 목표로 잡았다. 자기소개서, 신체검사, 인·적성시험, 면접을 준비했다.

“지원한 곳과 다른 곳으로 발령 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저는 그곳을 제 고향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스물두 살 H와 K 회사에 모두 서류 합격했다. K에서 일 년 반을 준비한 면접이 끝났다. 그 순간만큼 여한이 없었다. H 회사의 면접 당일 나는 K에 최종 합격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7년간의 아르바이트의 마침표를 찍는 날이었다.     


「돈의 심리학」에서 모건하우젤은 이렇게 말한다.

"우연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빌 게이츠의 성공은 하버드에 입학할 정도의 똑똑한 머리가 아니다. 그가 얼마나 부유한 집의 자제였는지 기억해야 한다. 1986년은 컴퓨터가 일반화되기 이전이었다. 대학교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컴퓨터를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학생이 얼마나 될까? 타인보다 먼저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공을 위한 큰 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항상 운이 없었다. 추첨을 해도 내 앞이나 뒤에서 당첨자가 나왔다. 그렇게 행운과 거리가 먼 사람인가 생각했다. 오로지 노력에 전념했다. 남들의 인정이 없어도, 열심히 매진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업에 성공하며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에 입사한 건 정말 9할이 운이었다. 8년간 공채 없던 회사에서 내가 취업 준비할 때 신입사원을 모집했으니까.      


다만 언제 올지 모르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러쥘 수 있는 능력을 쌓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은 모두가 재능과 지능의 소유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9의 행운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매 순간 1을 준비한다. 내 역량이 돼야 기회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타인에게 빼앗기지 않고 움켜쥘 수 있다. 지금 운동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 앞으로 내게 다가올 그것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 행운의 9가 찾아오면, 나의 1을 더해 10을 완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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