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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Nov 28. 2022

모성애와의 만남

11/20 명상 일기

몸을 돌리는데 컵을 들고 있는 손이 보였다. 컵에서 회오리바람 같은 것이 퉁겨져 나왔다. 하나 둘 여러 개가 퉁겨 나와 내 몸 주변을 돌았다. 마치 팽이가 멈추지 않고 도는 듯했다. 그 가운데서 내가 돌았다. 빙글빙글 춤을 추는데 위아래로 에너지가 확장되며 강렬한 에너지체가 되었다. 나는 마치 힌두교의 신 같은 모습이 되어 돌판에 새겨졌다. 내가 새겨진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얻었다.


내 손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져 보았더니 불이었다. 불이 처음에는 양손에 조그맸는데 점점 불길이 커졌다. 내 몸을 삼킬 만큼 다란 불이 되었다. 불이 내 몸에 흡수되었다. 에너지가 넘쳤다. 순간 나는 연필이 되었다. 내 손이 연필이 된 내 몸을 잡고 있었다. 몸을 도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글이 써졌다. 내가 생각해서 쓰는 게 아닌 저절로 써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받아 적는 듯했다. 쉬지 않고 글을 썼고 그 글이 어찌 되나 보았다.


장면이 달라져 누군가 흙을 파고 있었다. 흙을 파니 상자가 나왔다. 상자에 ‘비법서’라고 적혀있었다. 상자를 여니 작고 도톰한 책이 나왔다. 분홍-갈색-보라가 섞인 얼룩덜룩한 모양의 표지였다. 그 책을 집어 드니 지지직하고 강한 전기가 흘렀다. 놀라 상자를 다시 묻어둔 채 그 책을 집에 가지고 들어갔다.


집에서 책을 다시 펼치니 다시 강한 전기가 흘렀다. 그 책을 가지고 가서 누군가에게 건네주었다. 누군가는 또 누군가에게 건네주었다.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또 건네주어 하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거기에 신이 있었다. 신이 책을 집어 들어 펼치니 확 하고 에너지가 관통하였다. 신이 그 책을 공중에 휙 날렸다. 책은 수만 마리의 하얀 비둘기가 되었다. 비둘기들은 세계 곳곳으로 날아가 창문가에 앉았다. 그 비둘기들은 다시 책이 되었다. 사람들이 자고 일어나 그 책을 펼쳤고 다들 전기에 감전되듯이 깨어났다.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해졌다. 수많은 것들이 해방되었다.


이 장면을 나는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나보다 내 책이 주체였다. 시원섭섭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천사들이 에워쌌다. 천사들은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무대였다. 계속 반복되는 이 장면. 나는 명상 속에서 매우 자주  커다란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무대는 좀 달랐다. 야외무대였고 밝았다. 심지어 나는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하트가 쏟아져 내렸다.


나는 보답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걸 버리고 내려왔다. 내가 바라나는 것은 하나였다. 가족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나는 학교로 돌아갔다. 꿈을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운영하는 투자회사는 대체 어떤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들었다. 모임을 운영하며 이 투자라는 주제를 빼놓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내가 명상 속에서 보는 장면은 온통 깨달음과 책, 그리고 무대뿐이었다. 내 회사에 집중해보았다. 백조가 보였다. 하얀 백조였고 날개에 까만 물결무늬가 있었다. 목덜미에도 까만 얼룩이  있었다. 백조는 단단하고 강했다. 목덜미가 튼튼하고 굵었다. 백조가 날개를 펄럭이더니 넓은 땅을 크게 날았다. 땅이 살아났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업들을 살려냈다. 백조는 나를 태웠다. 나는 이 백조가 내 소명 그 자체는 아니지만 내 꿈을 이루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았다.


눈을 들어 보니 어떤 사람이 보였다. 땅까지 끌리는 긴 물결의 금발 여자였다. 여신 같은 외모와 풍채였다. 긴 천으로 만들어진 고대 그리스 스타일의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배를 보니 불룩하여 임신한 듯했다. 그녀는 내 손을 잡아끌었다. 당신은 누구냐고 물으니 자기는 ‘모성애’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도 자기라고 말했다. 내가 모성애라고? 내 아이를 키울 땐 그렇지만 한참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가 어떤 사람이던 조건 없이 사랑하잖냐고 이야기했다. 그건 맞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게 모성애라고 그녀가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온데간데없었다. 내 목에 파랗고 큰 구슬이 걸려있었다. 사람을 떠올려 구슬을 바라보면 구슬 안에 그 사람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깨끗해져 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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