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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Mar 28. 2024

싱잉볼, 그 묵직한 울림과 파동

2024년 3월 23일 토요일의 요가 수련 기록


가슴을 여세요, 가슴을 느끼세요.
내 숨을 바라보세요. 움직임을 통해 나를 자각하세요.


선생님의 이런 말은 정말 도움이 된다. 후굴 자세(몸을 뒤로 젖히는 자세)에서 숨이 탁 막히려고 할 때 가슴을 더 열고 느끼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진짜가슴이 열리는 듯했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의식은 그것을 따르게 되고 자연히 몸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요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쓰는 일인 것 같다.



모든 수련이 끝나고 사바아사나를 했다.

선생님은 평소처럼 음악을 틀지 않으셨다. 오늘은 싱잉볼인가, 예상은 했다. 하지만 싱잉볼 소리 대신 선생님이 여기저기로 분주히 발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징--------


저 뒷벽 쪽에서 싱잉볼 소리가 울렸다. 우리가 수련하는 공간 전면에 총 7개의 싱잉볼이 있는데 오늘은 그것들의 위치를 이동시켜서 치는가 보다 했다. 이윽고 다른 싱잉볼의 소리는 오른쪽에서, 또 다른 소리는 왼쪽에서 들려왔다. 소리는 한 군데에서 시작되어 진동하며 공간 전체를 감싸며 퍼져나갔다.


눈을 감고 누워있던 나는 선생님이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묵직한 그것이 내 배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잠시 크게 당황했지만 이내 상황을 인지하고 곧 찾아올 순간을 기다렸다.


징--------


예상대로 선생님은 내 복부 위에 놓인 그 싱잉볼을 힘껏 치셨다.

내 몸과 닿아있는 곳에서 시작된 그 울림과 진동은 거대했다. 파동이 오래 지속되는 만큼 여음도 길었다. 두 번째 음은 더 깊이 느껴졌다. 내 몸이 거대한 바다라면 저 아래 심연에서 발생한 묵직한 파장이 바다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수면 위에서 치는 파도는 거칠지만 바다 밑에서 치는 파도는 느리다. 몸속에서 무거운 파도가 밀려오는 가운데 차분한 위안 같은 것을 느꼈다. 그 과정에서 세포 하나하나가 기지개를 펴며 깨어나는 듯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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