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Francia Jun 28. 2024

여름, 요가

2024년 6월 28일

이제 요가원에서는 매시간 에어컨을 가동한다.

실내 공기는 시원하다. 하지만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곧 온도는 올라간다.



금요일 11시 수업은 아쉬탕가 요가이다.

아쉬탕가는 정해진 시퀀스대로 진행되는 역동적인 요가이다. 나는 아쉬탕가 요가의 격렬한 에너지 플로우가 좋다. 쉴 틈 없이 몸을 쓰는 건 분명 괴로운 일이지만 그 몰입의 순간만큼은 사랑한다. 수리야나마스까라를 거듭하다 보면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흐른다. 잡생각은 어느새 사라진다. 오로지 지금 하고 있는 아사나의 정렬에만 정신을 집중한다. 요가매트라는 좁은 공간이 나의 온 세계가 된다.



다운독에서 상체를 앞으로 내려 플랭크 자세를 만든 뒤 양팔을 굽혀 차투랑가단다로 나아간다. 팔 굽혀 펴기와 유사한, 양팔에 체중이 실리는 자세이다. 상체 근력이 부족해서 부들부들 떨리던 내 양 팔뚝과 어깨 조금씩 안정감이 생기고 있다. 최근에 피트니스센터에삼두, 이두, 광배운동을 한 덕분인 것 같다. 나만 아는 나의 성장에는 은밀한 기쁨이 있다.



오늘은 피크 아사나는 잠자리 자세였다. 비틀기로 몸을 충분히 풀었는데도 아직 팔힘이 부족한지 완성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아슬아슬하던 밸런스가 무너지며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넘어졌지만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모처럼 요가하면서 순수한 재미를 느꼈다. 집에 가서 연습해 봐야지. 함께 수련하는 도반들은 언제나 서로 격려해 주고 응원해 준다. 우리는 성공한 한 분에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아사나를 완성하든 안 하든 자신의 가치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 가치롭습니다. 잊지 마세요.




언뜻 거울을 보니 앞머리가 땀에 절어 얼굴에 마구 붙어있다. 전신에서 흐른 땀으로 온몸은 끈적하다. 전혀 예쁘지 않지만 그럼 뭐 어떠리.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벼워진다. 운동하면서 땀 흘리는 내가 좋다.



집에 가서 시원하게 샤워하면 개운하게 뽀송해질 것이다.

에어컨을 켜고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어야겠다. 아, 오늘은 지난주에 못 봤던 드라마 <졸업>을 봐야지. 써 금요일이라니.




잠자리자세 (출처 Instagram dragonfly_pos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