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는 것이 직업인 탤런트 매니저의 하루=tmi 대거 포함 주의
Linked in에서 종종 재밌는 제안을 받곤 한다. 내 resume와 약력을 보고 전혀 관련 직종이 아닌 흥미로운 오퍼를 받거나, 때에 따라 인터뷰들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에 수락하게 된 인플루언서 마케터로서의 24시간을 궁금하하신 언론이 있었다. 사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내가 하는 직업 혹은 내가 느끼는 인사이트에 대해서 어떤 내 업에 대한 관련 질문이라면 막힘없이 딱히 준비 없이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나의 24시간을 알려달라는 제안이 최근 들어 몇 번 있었는데 간결하게 나 스스로를 잘 담아내는데 내공이 부족함을 느꼈다. 열심히 살고, 잘하고 있는데 왜 나의 24시간은 매력적으로 표현하는데 능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우선 찬찬히 내 공간에서 적어보기로 했다.
8:25 am
알람 시간이 울리기 5분 전부터 슬슬 눈이 떠진다. 인플루언서 마케터로 4년 차, 이제 생체 리듬도 8시 30분에 셋업이 되었는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기상을 한다. 사실 나는 알람시계의 울림이 싫어한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게 내 컨디션을 관리하려고 애쓴다. 알람 소리와 함께 일어난다는 것은 내 몸이 아주 피곤한 상태임을 뜻하고, 아무리 부드러운 알람 소리라고 한들 나에게는 이른 아침 자연의 소리가 아닌 인위적인 어떠한 소리도 나의 귀를 찢어지게 만드는 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울림과 동시에 내 온몸은 깜짝 놀라서 내 몸을 가누기도 전에 찢어질듯한 소리에 허둥지둥 알람을 끄기 바쁘다. 울리기 시작한 지 5초도 안돼서 알람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워 지난밤 찌뿌둥했던 온몸을 스트레칭해준다. (물론 눈을 감고)
8:32 am 스트레칭 시간이 길면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처음 삼키는 침을 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양치를 한다. 독일에서 아침저녁으로 나뉜 치약인데 오전에 주황색 elmex 치약을 몇 년 썼는데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보이는 같은 브랜드 다른 치약을 아침저녁 구분 없이 쓰는데 더 깔끔하게 하루를 맞이할 것만 같은 예감이다.(소비의 바른 예. txt)
어릴 때부터 타고난 물욕은 이제 아주 밀접한 생활에 관련된 용품에 대한 집착으로 번졌다. 다행인 건 명품에 집착하기보다 질 좋은 생활용품,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최소한 양천구에서는 나만 쓸 것 같은 제품을 쓰는 매 순간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나에게 사랑을 듬뿍 주는 기분이다.
8:40 am 샤워를 마치고 물을 마시면서부터 생각이 잠긴다. 과연 오늘 집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타가서 용서가 되는 피곤함인가, 혹은 너무 회사가 가기 싫고 귀찮아서 나에게 상을 줘야 하는 커피빈을 들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이 고민은 회사 사무실 도착하기 직전인 오전 9시 55분까지 계속된다. 물은 묵직한 물맛을 자랑해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선호하는 백산수, 그리고 귀차니즘의 대가이기 때문에 물을 2L짜리 페트병보다 500ml를 선호한다. 물을 신경 써서 마시지 않으면 많이 마시지 않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 목표가 500ml를 다 비우려고 하다 보면 여러 번 나눠서라도 꼭 집을 나서기 전까진 다 마시려고 하기 때문에 환경보호는 회사에서 텀블러를 이용하면서 죄책감을 덜어낸다.
9:10 am 구글 캘린더에는 아주 작은 것들도 다 적어둔다. 중요한 미팅에서부터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까지 최소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꼼꼼히 시일에 대해 업데이트해놓는 편이다. 나의 기억력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이면 조금의 지각을 감수하고서라도 옷을 몇 번 이것저것 입어보고 스타일링에 신경 쓴다. 하지만 보통은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편한 후드나 티셔츠에 최소한의 화장으로 빠르게 집을 나선다. 집을 나감과 동시에 음식물이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것이 있으면 그걸 챙겨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요즘 꽂힌 선곡은 적재다. 혹은 내가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앨범을 쭉 이어 듣는다. 혹은 그 어떤 가사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날엔 잘 모르는 클래식이지만 유명한 클래식을 찾아듣는다. 피아노 베이스를 한 클래식을 선호하는 것 같긴 하다. 최대한 아침에 차분한 무드를 유지해서 해야 할 것을 생각하고 찬찬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귀에 최신 가요로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9:30 am 9호선 급행 지옥철은 단 하루도 예외가 없다. 11시에 타게 되면 조금 여유롭다고 하지만 평일 오후에 타더라도 9호선 급행이 좋은 공기의 질과 쾌적함을 안겨다준 적은 손에 꼽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가니까 타게 된다. 조금이라도 사람들과 부딪히는 부피를 줄여보고 육체적으로 너무 많은 힘을 빼지 않기 위해서 악착같이 지하철을 타자마자 가방을 선반 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publy 퍼블리라는 앱을 확인한다. 세상에 어떤 생각과 가치로 큐레이팅을 한 뉴스와 이야기들을 한눈에 읽다 보면 힘든 지옥철도 금세 행선지에 도착하게 하는 마법의 어플이다. 철저히 생각할 수 있는 가치와 읽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만든 길이와 ui 그리고 참신한 주제에 늘 놀라곤 한다.
9:50 am 걱정 타임이 시작되었다. 신사역에 도착해서 과연 8번 출구로 나가서 사무실로 직행할 것인가, 혹은 건너편으로 나가 커피빈에 들릴 것인가. 늘 회사가 가기 싫을 때, 일하러 가기 싫을 때, 그리고 기분이 너무 안 좋은데 회사는 가야 할 때, 그냥 온 세상이 짜증 나고 힘들 때만 골라서 커피빈을 찾는다고 생각했다. 한 번은 최근 6개월 동안 커피빈을 간 횟수를 세어봤더니 일주일에 세 번은 늘 찾더라. 그냥 회사는 매일 가기 싫은 걸로. 그렇게 뉴욕에서 예쁘고 핫한 언니가 주문하는 커피를 따라 주문하다 보니 그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나는 그 예쁜 뉴요커 언니가 될 수 있다는 빙의에 빠진다. 스타벅스의 진한 에스프레소보다 커피빈의 작은 얼음이 살얼음이 되어 녹을때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돔 리드에 얼음 가득,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우유 조금 따로 달라고 하는 나의 까다로운 주문에도 늘 커피빈 직원분들은 웃음을 대해주신다. 이젠 센스 있게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내 메뉴를 챙겨다 주신다.
10:03 am 10시까지가 출근인데 항상 빌딩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를 한 번쯤 눈앞에서 보낼 때가 많다. 건물에 10시 출근인 분들이 많아 늘 아침 점심할 것 없이 엘리베이터는 만원이다. 조금이라도 덜한 지각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오늘 해야 할 스케줄들을 복기하여 미리 메모장에 업데이트해둔다. 그리고 14층에 도착하는 순간 오피스 문을 열자마자 오늘 해야 할 일을 업로드한다. 그게 우리 회사의 출석체크 방식이다.
10:15 am 늘 하루에 15분은 그동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확인하고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은 뉴스를 업데이트한다. 아시아 8개국 다른 회사에서 늘 자신이 중요한 세상의 포인트들을 업로드하고 본사 PR팀에서 점심시간 직전에 이메일로 한눈에 볼 수 있는 뉴스와 summary를 국가별로 정리해서 전달해준다. 동남아시아는 동북아시아라서 다르고, 가깝가도 먼 나라 일본과 먼 줄은 알았지만 알면 알수록 더 멀어지는 중국의 이야기들을 듣고 공부하는 것이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10:35 am 우리 팀은 회의를 거의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회의를 할 바엔 소속 유투버들의 유튜브 비디오라도 하나 더 보고 피드백을 공유하자는 주의다. 하지만 월요일에는 오전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이번 주에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성취해야 하는 부분을 나누고, 시간 관리에 대해서도 서로가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끊임없이 리스트 해나 간다. 어떤 팀원을 만나냐에 따라 내가 아무리 chase를 하더라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팀의 케미가 있다. 지금 우리 팀이 그런 팀이다. 일주일에 늘 목표로 한 것들을 해냈고,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장기적 단기적 플랜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데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책을 만들고, 수정하고, 반영한다.
11:15 am 한국 지사의 직원분들과 함께 커피타임을 가진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본사나 타 지사와의 커뮤니케이션 이야기들을 가볍게 주고받는다.
12:10 pm 한 달로 봤을 때 이메일이 월화수목금 그리고 늦은 밤부터 토요일 일요일까지 쏟아지는 주일이 1~2주 차 초다. 그리고 3주 차에는 진행된 캠페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4주 차엔 캠페인을 진행한다. 전속으로 진행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비즈니스 이메일 계정에 가서 이메일을 주고받는 작업이 주 업무다. 굉장히 간단한 업무로 대체하기 위해서 나름의 양식을 만들고 있지만, 중요한 이메일의 경우 노트 테이킹으로 1차로 정리하고 필요할 때가 있으면 미리 전화로 질의를 마친 후 이를 토대로 상대의 니즈를 파악하여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옵션을 주는데 집중한다. 최대한 인플루언서의 성향을 베이스로 하여 브랜드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을 토대로 조정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그런 이메일의 경우는 한 시간이나 한 시간 반 동안 이메일 하나에 메여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보낸 편지함을 열어 오늘은 어떤 이메일을 보냈는지, 그리고 내가 특히 애정을 들여보낸 이메일을 복기하면서 나 스스로 자축하거나 틀린 부분이나 다음번에 보완해야 하는 부분들을 확인한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진짜 RAW 한 상태의 스타트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메일 쓰는 법이라곤 홈쇼핑 시절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때 대기업에서 해주는 교육 때 받은 게 전부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상대가 어떻게 이메일을 쓰는지 역으로 보고 배웠다. 그리고 거기에 나의 위치와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포함한 문체로 글을 작성한다. 동료들의 이메일에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끊임없이 채워나가 온전한 이메일을 쓰기 위해서 노력한다. 잘 쓴 이메일은 간결하게 쓰는 이메일이고 간결한 이메일을 쓰는 데에 있어서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은 반대다. 빠른 시간 내에 상대가 원하는 포인트와 내가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안과 옵션들을 최대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시간을 줄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빠르게 답변을 주고받다 보면 안 될 일도 되기 마련이란 말을 믿는다.
12:30 pm 공식적 점심시간이다. 약속이 있을 땐 5분 전쯤 회사를 나간다. 동남아에서 한국을 놀러 온 동료들과 가로수길 맛집에서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이 가로수길로 놀러 와 점심을 함께 할 때도 있다. 보통은 밀린 업무에 1시가 훌쩍 지나도 제때 점심을 못 먹고 카페에서 샐러드를 사 오거나 주전부리를 편의점 내려가서 사 와서 본사에서 요청한 엑셀 파일 업데이트나 이메일 답변을 보낸다. 그리고 쉼이 정말 필요로 할 땐 미팅룸에 가서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10분이라도 넋 놓고 비디오를 본다. 한참 넷플릭스에 빠져있을 땐 병적으로 점심시간에 쪼르르 미팅룸에서 넷플릭스를 봤지만 지금은 적당히 조절하면서 보는 여유가 생겼다. 가끔은 바람이 쐬고 싶어 가로수길을 끝까지 걸어본다. 그리고 늘 손에 빵이나 작은 액세서리라도 하나씩 손에 들려있다. 우연히 걷다 세일이라 줄을 서서 물건을 사기도 하고 화장품을 찍어 발라보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다 과소비고 공부라는 생각에 머릿속에 쉼이라는 생각이 덜하고 압박처럼 느껴져 그냥 오피스에 있는 것을 택했다.
2:00 pm 보통 이 시간에 면접을 보거나 미팅을 넣는다. 점심 먹고 집중이 조금 깨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미팅을 미리 끝내 놔야 오후에 또 다른 업무들을 보기 때문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원하는 브랜드의 미팅이 될 때가 있다. 혹은 내가 담당하고 있는 소속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채널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미팅이 될 때도 있고, 새로 계약을 논의하고자 하는 인플루언서들과의 미팅일 때도 있다. 이런 미팅일 때 브랜드 미팅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와 전략을 가지고 일한다. Agent에게 있어서 client 고객사는 돈을 가져다주는 브랜드사가 아니라 talent 즉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가 나의 고객이고 인플루언서가 돈을 벌면 나도 버는 구조다. 사실 새로 계약을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들과의 미팅은 마치 내가 엄청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세련된 방법으로 나를 어필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나랑 함께 일해달라고 늘 프러포즈하는 기분이 들고 나 스스로 어필하기 위해선 나의 내실이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 본질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탤런트 매니저라는 직업이 나는 참 좋다. 미국의 개념으로 따지자면 talent agent이다. 그들의 편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에 있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물심양면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들을 돕는다. 한마디, 한마디 좋은 제안과 안 좋은 제안들을 가려내어 추천하고 푸시할 때도 있고 상대가 싫은 것을 설득하거나 상대가 싫은 것이라면 늘 존중할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그들을 위하고 케어하는 일을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탤런트는 사람대 사람으로 일하는 직업이기에 훨씬 더 클 수 있는 제안이라도 나의 진심으로 우리의 그릇과 분수에 맞게 더 화려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믿음과 신뢰로 의리를 지킨다. 나 역시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일한다. 그들의 미래와 현재를 위해 policy를 만들고, 이를 외부에 어필한다. 그리고 내가 더 강해지고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고민하고 배운다. 내 talent들의 행복에 나는 함께 웃을 수 있고 힘든 일은 나도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언제나 도움을 요청할 때 말뿐이 아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되는 것이 진짜 좋은 agent라는 생각이 든다.
4:30 pm 계약서를 확인하고 계약서 피드백을 준다. 필요로 할 땐 변호사분들과 미팅을 할 때도 있고 자문을 구할 때도 있다. 보통은 인플루언서 캠페인 진행을 위한 계약서고, 최대한 우리 측에 현실적이고 유리한 방향이 담길 수 있게 노력한다. 처음엔 계약서를 배워 본 적도 없었고, 계약서라는 것 자체가 너무도 두려웠었는데 이젠 빨간펜 들고 프린트해서 팔목 걷어붙이고 수정하는 게 꽤 빠르게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중간중간 당떨어지기 딱 좋은 시간대라 업무의 힘듬을 무의식적으로 이겨 내려다보면 긍정 파워가 넘쳐흘러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그 시간은 늘 4시~5시라고 알려준 팀원의 웃음기 섞인 멘트가 스쳐간다. 예전엔 달달한 디저트나 음료로 대신했던 이 시간의 버팀을 이젠 우엉차나 그래놀라로 대체하려고 노력 중이다.
6:00 pm 출근과 동시에 끊임없이 돌아가는 본사와 타지 사 와의 채팅방을 팔로 업하다 보면 중간중간 요청하는 서류나 인사이트 혹은 콜들이 더러 있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동남아시아에서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나 한국의 탤런트들을 활용한 동남아시아에서의 활용방안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셋업 한다. 그리고 파이낸스팀과 비용처리, 비용 부담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문서화한다. 인플루언서들의 캠페인 금액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의 portion이나 부대비용 처리를 위한 최적화된 방법을 논의한다. 나라마다 세금이 다르고 정산 방식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른 캠페인 비용이나 행사 비용에 대한 것은 다른 지사지만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양보한다는 생각을 베이스로 임한다. 서로가 피해는 적게 그리고 양측 모두 합리적인 비율로 이익은 많이 가져가야 하는 것을 생각한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보다 1~2시간 느려서 보통 한국시간으로 6시쯤 돼야 대화가 활성화되고 일을 하기 시작하는 것을 체감한다.
6:58 pm 항상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콜에서부터 이메일과 카톡들을 처리하고 이제 손 좀 풀어볼까 하면 6시를 훌쩍 넘어 있다.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퇴근 준비를 하지만 실제로 액션을 취하는 퇴근 준비는 6시 59분 혹은 7시 1분을 가리킨 걸 발견하고서야 컴퓨터를 끌 준비를 한다. 슬리퍼에서 벗어둔 운동화를 후딱 바꿔 신고 우선 7시를 가리키는 순간 1분이라도 빠르게 오피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어차피 오피스에서 잡고 있어 봐야 대화를 기다리고 마무리한다고 될 일도 안되고 핸드폰은 끊임없이 울릴 것이기 때문에 우선 몸이라도 빨리 집에서 눕히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7:12 pm 나의 동거인이자 요즘 한참 나의 우렁각시로 활동하고 계신 하우스 메이트 친동생과 저녁을 어떻게 할지 연락하며 역으로 걸어간다.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땐 몰캉거리고 말랑한 걸 좋아하는 할아버지 취향의 동생의 최애 간식인 만쥬를 사다 준다. 물론 아무리 지하철에서 만쥬를 볼 땐 눈 하나 깜짝 안 하지만 만쥬를 사서 막 구워낸 걸 가방에 넣다 보면 김을 빼줘야 해서 봉지를 열고 가방에 넣어두는데 그때마다 냄새 어택에 늘 지고 말아 하나씩 주섬주섬 지하철에서 먹다 보면 세 개까지는 순삭이고 배고플 땐 내 입에 들어가는 게 동생한테 주는 거나 비슷해질 때가 있다.
7:55 pm 지하철을 이용해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이제야 업로드된 소속 유투버들의 유튜브 동영상이나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 사실 내 소속 유투버들이 치는 유머 코드와 드립 그리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콘텐츠에 시시덕거릴 때 제일 의미 있는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인스타 라이브에서 특유의 관종 성격을 최대화시켜 나의 존재를 알려 내 소속 인플루언서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인사를 받아내기(?)도 하고 sneaky 하게 스리슬쩍 실시간 라이브 참여인들 숫자를 최대로 올라갈 때를 위해 캡처하는 작업들을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공부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에 너무 긴장상태로 일을 하기 때문에 쉬면서 나를 놓아주면서 생각하고, 지금 당장 일을 하고 싶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기 때문에 내일 할 일로 까먹지 않게 스케줄에 기록해두고 좀 더 중요한 거라면 나에게 보내는 카톡에 적어둘 때도 있다.
8:30 pm 동생과 늦은 저녁을 먹는다. 날로 늘어가는 나의 요리실력에 점수를 받고, 치워둔 집을 평가하고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빨래를 돌린다. 그리고 해외만 나가면 내가 이고 지고 오더라도 향이 좋은 섬유유연제를 하나둘씩 사 오는데 빨래를 하면서 세제를 넣을 때는 물론이고 그 향으로 이불 빨래를 하거나 옷을 입을 때 편안하고 기분 좋은 향의 자극은 나를 기쁘게 한다. 새 물건을 샀을 때보다 늘 쓰던 물건에 처음 마주하는 향을 맞이할 때 그 애착과 희열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온 이메일이나 메신저들을 확인하고 급한 일이 아니면 내일 답변하고 급한 일에 대해서만 답변한다. 화장을 지우고 선물 받은 화장품을 써보기도 한다. 이럴 땐 나의 피부가 너무 강철 같아서 웬만하면 좁쌀 여드름이 나지 않아서 좋다.
9:40 pm 친구들과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전화기를 붙잡으며 그간 밀린 수다를 떤다. 수다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고민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과 가십들은 늘 빠지지 않는다. 그 수다의 힘으로 시차를 극복하고 몇 시간씩 전화기를 붙잡을 때도 있다. 그렇게 오랜만에 통화를 길게 한 날은 그다음 날까지 설렘과 감정의 충만으로 삶이 아름답고 느긋해지는 마법의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다.
10:30 pm 무턱대고 잡아둔 다가오는 휴가 계획을 위해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호텔을 알아본다. 동선은 그날 가서, 혹은 가기 전날 밤새서 급하게 짜고 비행기에서 기절하고 다시 일어나 여행을 시작한다. 알찬 여행은 내가 쉴 수 있고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힘을 얻는 여행이란 생각으로 완벽한 여행 일정을 위해 힘쓰는 노력은 덜한 편이다. 그리고 해외에서 궁금한 제품들이 있으면 소소하게 해외 직구를 하고 미국이 세일 기간일 때는 시간을 쫓기며 주식투자를 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서치를 하고 빠르게 사이즈가 빠지기 전에 결제한다. 혹은 뉴질랜드, 러시아,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써보고 싶은 브랜드나 써봤던 브랜드에서 만족도가 높은 제품들이 세일하는지도 확인해보고 그때 시간 맞춰 내가 써본 제품 말고 그 브랜드에서 나온 다른 제품들도 함께 장바구니에 넣고 온라인 해외직구 쇼핑을 즐긴다.
11:00 pm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12:30 pm 잠이 쉽사리 들지 않는 날엔 유튜브에서 만화 짱구를 틀어놓는다. 요즘엔 짱구가 좀 지겨워져서 검정고무신을 본다. 하지만 다시 짱구로 돌아가리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게 만화를 틀어놓고 눈을 감고 불을 끄고 잠이 든다. 그리고 잠이 살짝 들었을 때 동영상을 끄고 온전한 숙면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