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V 외화 시리즈들
(TV 외화 시리즈 "우주대모험 1999 Space: 1999", "배틀스타 갤럭티카 Battlestar Galactica", "스타트 STAR TREK"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시간에서 제가 너무 멀리 떠나왔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특히 SF 영화나 외화 시리즈에서 먼 미래라고 제시했던 그 연도를 달력에서 마주할 때가 그렇죠. SF 콘텐츠의 배경이었던 미래를 현재의 삶으로 마주하는 느낌이란 매우 복잡한 감정입니다.
TV 외화 시리즈들 중 SF 장르로 처음에 떠오르는 작품은 "우주대모험 1999 Space: 1999"입니다. 위의 그림이 그 외화 시리즈입니다. 자세한 기억은 지금 남아있지 않습니다. 달 기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였고, 외계인 여자가 변신을 하는데 상상도 못 한 괴물이나 지구에 없는 생명체로 변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왼쪽 빨간 머리 여인이 그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독수리 몇 호라고 불렸던 우주선을 좋아해서 비싼 돈을 주고 문방구에서 프라모델을 구입했던 기억도 납니다.
"우주대모험 1999"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리즈의 배경이 1999년입니다. 그 당시 1999년이란 연도는 까마득한 미래였습니다. 세상 종말이 온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기가 2024년 12월입니다.
SF TV 외화 시리즈들 중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Battlestar Galactica"입니다. 2003년부터 시작한 리메이크 버전이었죠. 오리지널 시리즈는 1978년에 나왔다는데 저는 못 봤습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 레메이크판"은 시리즈 편수도 많고 내용도 좀 어렵고 난해합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입문했다가 아주 혼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지만 한번 빠지게 되면 중간에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시리즈 마지막 회의 인상은 정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 시작입니다.) - 기계들의 반란을 피해 지구라는 행성을 찾아 드디어 정착하게 된 주인공들은 원시적인 원주민들 틈에 섞여서 새로운 삶을 삽니다. 세월은 흘러 지구에 문명이 발달하고 다시 기계들이 나타납니다. 세상은 어느덧 기계가 없으면 안 될 정도가 되었고 역사는 반복이 될 것이라는 암시와 함께 막을 내립니다. - AI 시대가 된 지금, 더욱 섬뜩하게 다가오는 대목입니다.
위의 그림은 SF계의 전설, "스타트렉 STAR TREK"입니다. 솔직히 저는 스타트렉 TV 시리즈를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의 영화판으로 접한 정도이죠. 얼마 전까지 저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를 더 높게 평가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입니다.
SF의 최고봉이라 불렸던 "스타워즈"가 이렇게 몰락하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결국 "상상력의 부재"라는 것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상상력이란 좀 세련되지 못해도, 매끄럽지 못해도, 투박해 보여도 무한한 재미를 줍니다. 초창기 "스타트렉"을 보고 열광했던 시청자들은 그들이 보여준 무한한 상상력에 넋을 잃었던 것입니다. 상상력이 자본과 만나고 계속 예쁘게 깎이다 보면 상상력은 예측이 되고 전망이 됩니다. 더 이상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지 않게 되죠.
대한민국에서 SF장르는 가장 안 팔리는 장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보다는 내일을 예측하고 전망하는 이야기를 요구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밤을 지새우던 어린 시절이 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상상력의 시작이었던 SF 외화 시리즈들이 기억나는 이유입니다.
https://youtu.be/4SpX8bVEmJo?si=uUd-jaCVNhwrF9ir
https://youtu.be/rLCej27ot4w?si=CxSdCSqE2Zh0UwTk
https://youtu.be/B594jsKbsss?si=bpsbTbZ-HKfw9Z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