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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계좌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사람

와이즈(트랜스퍼와이즈) 인터넷계좌 + 슈파카세 학생 계좌 개설 후기

by 승협

대부분의 단기 교환학생은 계좌를 하나만 만든다. 굳이 1년 미만으로 있는데 여러 개의 계좌가 필요 없기 때문인데, 나는 어쩌다 보니 계좌를 하나 더 개설하게 되었다.


인터넷은행 와이즈 계좌

핀테크의 발달은 꽉 막힌 유럽에서도 인터넷 뱅킹의 시대를 열었다. 무료 송금, 모바일 페이 지원에 적극적인 여러 인터넷 은행이 만들어졌고, 내가 만든 와이즈 또한 이러한 대세를 이끄는 핀테크 은행 중 하나이다.


독일에 온 교환학생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슈페어콘토 돈 빨리 꺼내 쓰기'이기에,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가입이 가능한 와이즈 등의 은행이 선호되기도 하고, 필자도 비슷한 이유로 빠르게 개설 가능하고 당시 후기도 나쁘지 않았던 와이즈 계좌를 개설했다.


개설 필요 준비물

1. 여권 등 신분증

2. 20유로 예치금 (국제 송금 혹은 이미 계좌를 만든 친구에게 부탁)

3. (은행에서 요구하는 경우) 거주 확인이 가능한 서류


개설 절차는 유로 계좌 개설을 선택한 후에 앱에서 안내하는 거에 따라 진행하면 된다. 이후 마지막 과정에서 20유로 예치금을 송금하도록 하는데, 카드 결제가 가능은 하나 한국에서 가져온 비자 및 마스터 카드로 결제 진행이 어려웠다. 다만 계좌로 송금을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니, 해외송금 서비스를 이용하여 진행을 했다.

구글 월렛에 등록된 와이즈카드

입력을 요구한 레퍼런스를 입력하여 송금을 진행한 뒤, 잠시 기다리면 계좌 개설이 완료되고 디지털 카드의 경우 구글 월렛 및 애플 페이와 연동하여 즉시 사용 가능하다. 구글 월렛의 경우 국내 미출시로 설치가 바로 불가능한데, 이는 구글 계정을 '독일'로 바꾸어 주면 설치가 가능했다. (구글 플레이 국가 변경법)


실물 카드 또한 발급이 가능한데, 추가 요금을 받는 점과 적극적인 유럽 국가들의 카드 NFC 단말기 도입으로 굳이 필요하진 않았다. ATM의 경우 한국에서 발급받은 카드와 아래 언급할 슈파카세 계좌를 통하여 사용했다.


구글 플레이에서 국가를 변경하는 경우 1년 동안 국가를 변경할 수 없기에, 혹시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앱이 있는 경우 부계정을 만들거나 이용하여 국가를 독일로 설정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이거 귀찮아서 본 계정을 독일로 돌렸다가 한국 돌아와서 몇몇 앱 설치할 때 애를 먹었다.)


와이즈 송금이 막힐 땐 - 이메일 함을 확인해 보세요

어느 날 친구들과 정산을 해야 하는데, 와이즈로 송금받을 돈이 바로 안 들어왔다. 메일함을 살펴보니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여권 외에 내가 유럽 계좌를 만들었으니 유럽,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증명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나의 경우 안멜둥을 했던 서류가 있어 해당 서류 제출로 문제없이 마무리를 했었다. 다만 이러한 증명 외에 추가적인 증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봤는데 여기서 단점이 나온다. 바로 대응하는 전담 직원이 없다 보니 임박한 기한 내 서류만 계속해서 요구하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


이에 한 친구는 와이즈 계설을 포기하고 다른 은행 계좌를 만들기도 했다.


다른 유의할 점은 와이즈 은행은 벨기에 기반으로, 벨기에 IBAN이 발급된다는 점이다. 유로존 내에서는 어느 회원국의 IBAN이든 크게 상관은 없지만, 혹시 '독일 IBAN이 나오는 계좌'가 필요한 경우 와이즈 은행은 애매할 수 있다.


슈파카세 계좌 만들기

이러한 와이즈의 대책 없는 대응을 옆에서 지켜본 후에 혹시나 나도 계좌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당장 사용할 돈이 다 묶여 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어, 시중은행인 슈파카세의 계좌를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슈파카세는 전국에 지점이 있는 은행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농협 혹은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구조이다. 지역 슈파카세는 같은 브랜딩을 사용하고, 다른 지역 ATM 사용 시 수수료를 면제받지만 다른 은행인 것이다.


슈파카세의 경우 원래는 통장 사용료가 있지만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동안 무료로 이용 가능했고, 교환학생을 마친 후 독일 학생 신분이 사라진 이후에도 담당자에게 아직 독일에서 금융 처리 절차가 남았다고 문의를 하니 최근 계좌를 닫기 전까지 학생 요금으로 유지를 해 주어 무료로 사용했었다.

먼저 해당 은행에서 계좌를 만든 튀르키예 친구 E의 도움으로 뷔르츠부르크 시내에 위치한 한 슈파카세 지점을 방문했다. 인포 데스크에서 계좌를 만들러 왔다고 말하니 우선 예약을 잡아주는데, 나의 경우 약 1주일 뒤 오후 4시에 전담 직원과의 예약이 확정되었다. 경우에 따라 당일 발급이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대부분은 예약에 따른 처리가 우선이다.


슈파카세 계좌의 경우 우선 납세자번호(Steuer-ID)가 나온 상태여야 하며, 앞서 말한 학생 요금으로 계좌를 만들기 위한 재학생 증명이 필요하다. 납세자번호의 경우 안멜둥 후 번호가 적힌 우편이 오는데, 이 종이를 참조하여 가지고 가면 된다. 당연히 신분증(여권)도 지참해야 한다.


발급 당일, 친절한 직원의 안내로 빠르게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다. 편견 없는 독일인들 답게 독일어로 처음에 설명을 해주다가 서서히 일그러지는 나의 표정에 "영어가 나을까?"라고 물어봐 주었고, 독일어 못지않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직원의 안내를 들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 학생 신분으로 계좌 유지비 면제, 카드는 슈파카세에서 제공하는 기본 지로카드(Visa/무료)로 신청했다. (지로카드 기능이 들어간 카드의 경우 관공서에서 현금 대용 사용 및 성인만 이용 가능한 공공 자판기(담배 등) 사용이 가능한 소소한 장점이 있다.)


슈파카세의 경우 인터넷 뱅킹이 잘 되어있어 앱 설치 후 인터넷 뱅킹을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결제 카드의 경우 구글 월렛 등록은 안되었지만 전용 앱을 통하여 구글 월렛과 거의 동일하게 사용이 가능했다. 추가적으로 NFC가 되는 슈파카세 ATM 기기에서는 해당 앱을 통하여 인출이 가능하다.


인출 등 작업을 위한 네 자리 핀 코드가 우편으로 오는데, 해당 코드를 잘 기억하거나 보관해야 한다. 추후 인출 비밀번호가 해당 코드이다.


슈파카세의 단점은 지점 별로 사실상 다른 은행이라는 점이다. 한 번은 드레스덴에서 해당 지역 슈파카세 ATM 기기가 내 카드를 먹어버린 적이 있었다. 직원은 친절하게 카드가 파손되었을 거라며 재발급을 도와주고자 했으나, 해당 지점에서 내가 계좌를 만든 것이 아니기에 재발급 신청이 불가했다.


결국 카드 회수도, 재발급 신청도 못한 채로 은행에서 나와야 했다. 독일을 떠나기 한 달 정도 전에 일어난 일인지라 그냥 재발급 신청도 건너뛰고 휴대폰을 이용한 페이로 끝까지 생활했었다.


또한 비 유로 결제의 경우 추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다(파운드, 헝가리 포린트, 체코 코루나 등)는 점 또한 와이즈 대비 단점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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