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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May 07. 2020

아이들과의 대화가 힘들 때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남편이 몇 주 전부터 가보고 싶다던 남해 독일마을에 가기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했다. 인터넷에 예상 소요시간을 검색해보니 2시 30분에서 2시간 50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간쯤 가다가 휴게소를 들린다면 남해 독일마을까지 소요시간은 더 늘어 난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힘들어해서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한번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출발한 지 30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아이들은 점점 불편함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엄마 아직 멀었어? 언제 도착해?" 출발한 지 30분이 조금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 벌써 도착하기를 바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휴게소에서 잠깐 쉬어 가기로 했다. 늦게 도착하더라도 아이들과 즐거운 여행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주 휴게소에 들르기로 했다. 요즘은 예전 휴게소와는 달리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와 도깨비 마을처럼 테마가 있는 휴게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곳들이 있어서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천천히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떠나는 여행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가능한 여행이다. 그리고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지 말자고 여행 전에 다짐을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수없는 다짐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계속되는 불만에 어르고 달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꾹꾹 눌려왔던 감정이 폭발해 버렸다.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도 나에게도.



각자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 것을 했다. 아이들은 미스터 트롯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는 블로그에 올려놓았던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책 서평을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매번 여행길에 책을 챙겨 가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맨날 깜빡한다. 전날 밤 가지고 갈 가방에 미리 챙겨 놓지 않으면 백 프로 책을 챙기는 것을 잊어버린다. 아이들 물건과 남편이 운전 중에 마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준비하다가 보면 책을 챙기는 일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번 남해 독일마을 여행에서도 역시나 책을 챙기지 못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책은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에 선택했던 책이었다. 최성애. 조벽. 존 가트맨의 아이와 마음을 나누는 마법의 기술 감정코칭을 배워보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모두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신생아 때부터 아이의 행동들에 내가 제대로 공감해주지 못하고 아이의 감정보다는 나의 감정이 우선시되는 방법으로 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있는 내내 잘못된 나의 행동들에 힘들었을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책을 덮고 난 이후 나는 아이들에게 감정 대화를 시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갑자기 변한 엄마 모습에 아이들이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처음 하는 감정코칭이 어색해 버벅되기도 했다. 그렇게 감정코칭을 몇 회 정도 시도하고 난 뒤 첫째 딸아이가 "엄마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워"라고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둘째 아들에게는 아직 감정코칭의 변화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표현의 방법에 차이였을까? 아직 한 번도 딸아이처럼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말보다는 "엄마 그만 말하고 싶은데! 생각 좀 하고 싶어!"라고 말을 했다.


책을 읽고 난 뒤 몇 주 정도는 아이들과의 대화는 감정코칭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느슨해지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보다는 나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대화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대화의 어려움에 대한 고민을 듣고, 공감하고, 행동하면서 알게 된 방법을 잊어버리고 책을 읽기 전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남해 독일 마을 여행길 차 안에서 또다시 아이들과의 대화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책에게 묻고자 했다.




p.193

아이들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하게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이렇게 감정이 격해져 어떻게 해야 할지 힘이 드니 도와 달라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감정이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릴 요량으로 그 순간을 놓치면 아이는 더 힘들어합니다.


나는 시도 때도 없이 불만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말에 지쳐 더 이상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상황만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져 갔다. 그러면서 나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아이들에게 그만하라고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투덜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조용해졌다. 그렇게 조용해진 차 안의 분위기는 결코 즐거운 여행길의 분위가 아니었다. 좋자고 떠나는 여행이 서로에게 힘든 감정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책에서 말해주는 격해져 있는 아이들의 마음의 신호를 먼저 알아야 했다. 무엇 때문에 쉼 없이 투덜대고 있었는지, 짜증 섞인 말들과 표정으로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너무 오랜 시간 걸리는 여행길이 불만이었고, 차 안에서 놀거리가 없어 심심한 것이 불만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불만들이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보았고 아이들은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해 주었다. 첫째 아이는 유튜브를 보게 해주는 것이었고, 둘째 아이는 휴게소에 들러 뽑기를 한번 해주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남해 독일마을로 향하는 차 안의 공기는 집에서 출발할 때와 같이 평온해졌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차를 타고 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하는데 어린아이들은 오죽했을까? 집에 있을 때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아이들에게 몇 시간을 차 안에서 가만히 조용히 앉아서 가기를 원했던 나의 어리석었던 생각을 반성했다. 아이들의 감정코칭을 위한 좋은 책을 읽고도 꾸준히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또다시 아이들과의 대화를 힘들어했던 나의 모습에 반성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를 알아가기 위해 책에게 묻고자 했던 생각과 행동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행복하지 않은 여행이 될 뻔 한 남해 독일마을 여행길이 책에서 배운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대화로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 있어서 참 다행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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