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 안으로 들어갔다. 9시 출발 비행기라 밖은 어둠이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마음에는 모두들 설렘이 있다. 공항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도착하는 여행지는 달라도 도착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붕붕 뜨는 마음처럼 아이들 발도 붕붕 즐겁다.
비행기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달랐다. 모녀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사람, 모자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사람, 친구들과 골프여행을 가는 중년의 남성분들, 우리와 같이 네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우리 좌석 옆, 앞, 뒤에 앉았다. 소곤소곤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 하면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저런 소란스러운 소리도 비행기 불이 꺼지면 함께 꺼진다. 책을 읽을 사람은 독서등을 켜고, 맥주와 라면을 먹을 사람들도 독서등을 켜고 먹었다.
한동안 비행기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들도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곧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수술한 왼쪽 가슴이 따끔거렸다.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더디다. 겨울이나 가을에 했다면 금세 좋아졌을 건데.
자신을 잊지 말라는 신호처럼 통증은 존재를 알렸다.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등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일정에 바다 한복판에서 즐기는 스노클링 체험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열대어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인가. 놓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공항에 도착해서도. 요트를 타고 바다로 향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아무 일도 아니었들 것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선택의 순간에 서는 순간이 온다.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민에 머리가 지끈거리지는 않았을 거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해양스포츠 하나 즐기지 못하고 간다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고민이 길어질수록 통증은 자주 찾아왔다. 이런 쓸모없는 생각이 병을 불렸을지도 모른다. 하고 안 하고는 온전히 나의 선택. 물속에 들어가 수술부위가 물에 젖는다고 해도 잘 아물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습한 온도에 상처가 덧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걱정을 사서 하는 버릇은 세 살 적 버릇이다. 여든까지 가지고 갈. 걱정들과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사이 불이 켜졌다. 우리 비행기는 방콕 수완나품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목소리가 흘려 나왔다. 방콕의 비 오는 새벽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