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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Jul 04. 2024

방콕의 아침은

방콕의 아침. 오래된 습관은 여행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던 나는 여전히 같은 일상을 마주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온 시간은 현지 시각으로 새벽 두 시경. '김 00 외 3명'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있는 현지가이드를 찾기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만큼 어려웠다. 공항 입구에는 현지 가이드 팻말이 줄지어 서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콕에 도착할 예정이구나. 여행을 다니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공항 입구 끝까지 걸어가 보았지만 팻말이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가이드를 못 만나 공항에서 꼬박 밤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공기가 습한 바람을 타고 물려 왔다. 공항 안은 시원했지만 여닫는 문에서 빼꼼히 들어오는 공기는 텁텁했다. 비까지 내리는 방콕의 날씨는 불쾌지수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어색한 말투로 자신들의 고객을 찾는 현지 가이드. 분주한 눈빛으로 인솔자를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 우리가 있었다. 하나둘 여행객들이 매치 게임에 성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붐비던 공항입구가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연락을 해봐야 했다. 패키지여행이 좋은 점은 어디서든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이 주어진다. 구겨 넣은 여행일정표를 꺼내 비상연락망을 찾을 때였다. 한국인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oo투어. 김 00 님 가족분들.?"


한국분 가이드다. 분명 현지 가이드라고 전달을 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찾고 있었다. 엇갈린 시간만큼 가이드 얼굴은 피로해 있었고 우리의 표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대면에서부터 이렇게 꼬이면 안 되는데. 딱딱 들어맞는 퍼즐 같은 여행일정을 기대했는데. 비까지 내리는 방콕의 새벽밤을 억지웃음으로 마주했다. 


우리의 비행기는 30분 일찍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현지에서 만나 3박 5일 동안 여행을 같이 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은 매번 설레었다. 어떤 인연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까.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기대했다. 모녀 두 분이 캐리어 가방을 옆에 세워두고 서있었다. 현지인 가이드도 보였다. 자신을 '능'이라고 소개하는 가이드에 담백한 미소가 보였다. 우리만큼이나 당황했을 모녀 분들과 짧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우리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을 비행기가 먼저 방콕 공항에 도착했고 현지가이드 '능'은 모녀들을 먼저 픽업했다. 분명 4인가족이라고 했는데 2인가족이라 의아해했지만 한국말이 서툰 '능'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한국가이드가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와 모녀분의 공항 도착 시간이 10분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엉성한 첫 만남이었지만 오랜 시간 기다림 없이 공항을 나와 호텔로 향했다. 가이드의 유쾌한 말들이 차량 안으로 울려 퍼졌다. 피로를 날려 보낼 만큼 생기 있는 말들이었다. 아이들이 푹푹 웃었다. 방황했던 공항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유쾌한 말들이 여행의 기대감을 높였다. 


방콕의 아침은 분주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의 시골 풍경과도 비슷했다. 여름 모내기를 위해 새벽 일찍 일을 시작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방콕의 커피는 달짝지근했다. 설탕 두 스틱을 넣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밀크크림도 넉넉히 넣었다. 한국의 믹스커피와는 또 다른 맛이다. 방콕에 있다. 따뜻한 커피 한잔과 새들의 지저귐이 있는 이곳은 방콕의 어느 호텔 704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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