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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Jul 08. 2024

에메랄드사원과 왓아룬 새벽사원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계획형인 나에게 이미 촘촘하게 짜인 여행계획은 흠잡을 때가 없다. 전문 여행사 직원들이 짜놓은 여행계획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맛볼 수 있어 좋다. 처음 가는 여행지라면 더더욱 패키지여행을 선택한다.  패키지여행이 좋았다면 그다음 방문은 자유여행을 꿈꾼다. 패키지여행에서 느껴보지 못한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태국에 머무는 동안 함께 할 열다섯 명의 인연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부부동반 여행을 오신 팀, 여고동창들과 여행을 오신 팀, 공항에서 만났던 모녀팀, 부부동반 친구팀 그리고 우리 가족이다. 여행에서는 핸드폰도 책도 필요하지 않다. 그곳에서 만나는 인연들의 이야기가 책이고, 드라마였다. 

배를 타고 왕궁 주변을 둘려보다 보면 몇 채 남지 않은 수상가옥이 보인다. 스무 해 전 방콕여행에서는 많은 수상가옥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배를 타고 바나나를 파는 상인을 만나기도 했다. 빵을 강 위에 던지면 물고기 떼가 모여들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왕궁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본격적인 에메랄드 사원과 왓아룬 투어가 시작된다. 


왕궁 에메랄드 사원은 과거 국왕들이 거주했던 궁전과 국보 1호'에메랄드불상'이 있는 사원이다. 왓아룬은 떠오르는 태양이 탑을 아름답게 비춰 '새벽사원'이라고도 불린다. 왕궁팀과 새벽사원 팀으로 나눠졌다. 왕궁팀은 우리와 부부동반 친구팀이었다. 현지 가이드 꿍을 따라 천천히 왕궁 관광을 시작했다. 태국 사람들은 이름 대신 별명을 사용한다. 태국 사람들 이름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길다. 현지 가이드 꿍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이야기했지만 단 한 글자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꿍'은 '새우'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왜 새우로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람들이 찍혔다. 왕궁을 배경으로 찍고 있지만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사람들이 함께 사진 속에 담겼다. 나 역시 누군가의 사진 속에 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틈 속에서 왕궁의 웅장함을 느꼈다.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 보석들이 영롱하다. 기도를 드리는 공간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양한 인종들이 한 곳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염원했다. 우리도 동참했다. 처음 보는 신에게 우리의 안정을 영원했다. 건강을 부탁했고, 인생의 평탄함을 고했다. 


살아가는 것은 모두 같구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을 위해 배려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잠시의 기다림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조급함에 인상을 구기는 사람이 있다.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연들에게 다양성을 배웠다. '그럴 수도 있구나' 다름을 인정하니 속상한 마음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왕궁의 대범함이 몸으로 스며들었던 걸까. 사진 속에 찍히는 사람들의 모습도 그날의 여행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편했다.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찍거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여행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한낮의 방콕 날씨는 대단했다. 내리쬐는 햇살과 바람 끝에 맞닿는 후덥지근한 공기는 땀샘을 폭발시켰다. 닦아내고 닦아내도 땀은 멈추지 않았다. 시원한 물이 필요했다. 뭐라도 좋으니 마실 것을 찾아야 했다. 왕궁의 웅장함도 좋지만 나의 목마름이 먼저였다. 모두가 그리 보였다. 시원한 것을 찾아 발들이 빨라졌다. 모두가 둥글게 모여 더위를 식혀 줄 것들을 골랐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목 넘김이 이런 느낌일까. 살 것 같았다. 태국의 더위가 지는 순간이 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되돌아왔다. 찡그리던 얼굴에 생기가 돋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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