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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맘 Jun 27. 2024

싼 게 비지떡이면 곤란하다


최저가 검색에 들어갔다. 쇼핑은 최저가에서부터. 짠순이 쇼핑러의 철칙이다. 싸다고 모든 게 오케이는 아니다. 가성비가 좋아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면 곤란하다. 저렴하지만 알찬 구성을 찾아야 했다. 대구출발 방콕 여행을 검색했다. 인천 출발은 여러모로 피곤한 여행일정이었다. 대구에서 출발해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대구 출발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방콕 여행 상품은 인천출발 상품이 다양했고 가격도 저렴했다. 똑같은 여행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두 배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태국 여행이라 코끼리 트래킹과 악어쇼 관람은 꼭 포함된 여행상품이여햐 했고, 마사지를 좋아하는 남편이라 여행 마지막은 마사지로 마무리해야 했다. 여러 의견을 모아 적당한 가격대에 적당한 여행상품을 찾아냈다. 


7월에 출발하는 방콕 파타야 상품에는 아이들도, 남편도, 모두가 만족하는 상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행일정표를 복사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대구출발 3박 5일 일정이었다. 해외여행도 처음이고 비행기도 처음인 아이들은 어디를 가는 가보다는 비행기를 타는 것에 들떠 있었다. 너무 궁색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말마다 떠나는 국내 여행 한 달 비용만 아껴도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요즘인데. 



아이들 여권부터 만들어야 했다. 남편 여권은 아직 기간이 남아 있어 나와 아이들 여권 신청을 하러 시청으로 향했다. 곧 여름휴가 시즌이라 그런지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권발급을 하고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리고 차례가 되어 여권신청을 마쳤다. 기간은 이주정도 걸렸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담당자 말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출발 일주일 전에는 여권이 나와야 했는데 다행히 일주일을 남겨 놓고 여권 발급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자마자 시청으로 달려가 여권을 받아 여행사로 바로 보내 주었다. 일주일 뒤면 우리 가족 첫 해외여행이 시작된다. 


결혼 전에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도 했고, 일본 도쿄와 태국 여행도 했다. 신혼여행으로 후쿠오카를 다녀오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떠나는 해외여행은 처음이니까. 

우리 네 식구가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라 기대도 되었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촘촘한 패키지여행일정에 아이들이 지치지는 않을까. 비가 자주 오는 태국 날씨에 관광이 제대로 진행될까. 하는 것들에 설렘반 걱정반으로 출발 날을 기다렸다. 


로밍서비스는 신청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사진기로만 사용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담고자 했다. 나도. 아이들도. 



<3박 5일 태국 방콕 여행경비>


패키지여행 경비 : 319,000원(실 결제액 309,430원 3% 할인 적용)

현지 여행가이드 비용: 인당 30달러(39,000)

선택관광비용:100달러 (130,000)

기념품 및 간식 비용 : 10만 원

= 578,430 x4 

=2,313,720



선택관광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지만 상품구성이 좋아 선택했다. 마지막 날 공항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야시장 구경과 크루즈를 타고 즐기는 선상파티를 선택했다. 마사지 시간은 기본 1시간 제공을 2시간으로 변경했고, 패키지 관광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알카자쇼도 관람했다.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다.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을 놓아 버리고 싶어 떠나기도 하고, 추억하고 싶어 떠나기도 한다. 나의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숨고를 틈 없이 진행되는 패키지여행 일정이 좋았다. 여행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편안했다. 내일 여행이 기대되었다. 다음을 기대하는 나에게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설렘인가. 


내일이 두려웠다. 전화기 벨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불안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전화기 벨소리를 무음으로 바꿔 놓았다. 쓸모없는 짓이었다.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그렇게 우리는 즐기러 떠났다. 나의 여행은 마음껏 즐기는 여행이었다.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기는, 여행에 하루가 바삐 지나갔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시간이 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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