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부족해

by 박모카

미술이 좋아지고 나니,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미술수업은 너무 부족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네모를 그리는 일 뿐이었다.

그렸던 네모를 또 그리고, 또 그려도 뭔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3,000원짜리 스케치북에 집에 그냥 존재하던 싸구려 연필로 뎃생+물감칠했던 흔적.)


뎃생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던 것들이, 수채화로 표현하니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그리게 된 것도 있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네모 박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 갔는데, 미술 책이 많은 것이 아닌가!

색감에 관련된 책, 매일 매일 수채화 미션을 주는 책, 빛에 관련된 책 등 골고루 빌려왔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 중은 많은 부분이 수채화를 그리는 미션을 주는 책이었다.

그 중 얇은 놈을 골라 따라그려봤다.

일러스트를 그리는 것이, 꼭 네일아트를 하는 느낌 같았다. 작은 부분에 오밀조밀하게 색칠하는 느낌.

나는 이 작업 과정이 꽤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누구나 찍어낼 수 있는 프린트물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색감이 꽤 예쁘게 나와서 몇 번 더 쳐다보게 되기는 했지만, 이것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채도가 높은 일러스트를 그려서 그런가 싶었다. 다음은 살짝 물을 섞은 코끼리를 그려보았다.

그라데이션이 잘 들어간 것이, 진짜 수채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수채화 그림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었지만, 수채화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물과 섞여 맑은 느낌이 나는, 잉크의 농도가 각기 다르지만 질서가 있는 수채화가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수제 스티커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용도가 있는 스티커를 만들어, 내가 자주 쓰는 아이템을 만든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후에 태어날 아기에게 자랑도 할 수 있다. 아기가 그 스티커를 쓴다면 또 얼마나 기쁠까.

스티커 만들기 프로젝트는 몇 주간 아이디어를 구상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것이 없다.

평소에 스티커를 안쓰는 나인데.. 스티커는 사실 귀엽기만 한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깊은 내 마음속 진실은 이렇다. 귀엽다는 것은 참 쓸모없는 것 같지만, 그 세계에 빠지면 또 그만큼 힐링을 시켜주는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미술에 눈이 뜨여서인지, 한참 가지 않던 캐릭터샵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텀블러처럼 쓰임이 있는 물건에, 취향 저격 디자인이 입혀진 아이를 발견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을 수 있는데, 나는 거기서 작은 감동을 받았다. 어른들의 험한 세상살이에 동심으로 마음을 치유해주는 느낌이랄까.

집에 컵이 많아서, 또 그 텀블러는 내가 원하는 크기보다 한참 작아서 구매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 물건처럼 귀엽고 실용성있는 무언가를 만들테야- 하고.

그 첫 단계가 스티커 만들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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