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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Feb 17. 2024

우리집에도, 너희집에도 있는 발뮤다 티포트

모두가 똑같은 비싼 가전제품을 사기 위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우리 아기랑 비슷한 나이대의 언니와 친해졌던 것이 계기였다.

집에 놀러 갈 일이 있었다.

새로운 집은 오랜만이라 두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집은 꽤 깔끔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제품들이 꽤 보였다. 정확히는 이들이 어느 것이 어떤 것인지 다 알아 볼 수 있었다. 데스노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된 듯, 브랜드 명과, 가격대가 제품 위에 태그처럼 붙어있는 것 처럼 한눈에 다 보였다. 이들은 모두 가격대도 일반적인 제품에 비해 월등히 비쌌다.


이상한 세상이었다.

모두가 그렇게 이상한 가격을 주고 똑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현재를 산다. 가격이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그것은 크게 상관할 것이 아니다.




그 언니 집에 있는 물건과, 우리 집에 있는 소품조차도 똑같은 것이 많았다. 오늘의 집이나 유튜브에 소개되는 깔끔한 정리소품. 세상에 그 별 것 아닌 것조차도 똑같다니. 요즘엔 누구나 생산자가 되며 제품군 역시 다양해진 세상에 놓여있는 우리는 오히려 똑같은 것을 소비하는 대중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의 바다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단순하고 좋아보이는 것을 사는구나.


이것은 심각한 일이었다.


우리는 모처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맛집을 가려고 생각해보면, 한 가지 특별해보이는 요소가 있으면 그 곳을 택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이 있으면 우리는 더 이상 묻고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연다.

좋아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우리는 그냥 사버린다. 내가 신뢰하는 누군가가 그 물건을 추천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는 그 이상 생각을 하지 않는다. 더이상의 시간 낭비는 피곤하기 때문이다. 내 눈 앞에 다가오는 각종 광고를 하나씩 소화하려 들다가는 우리의 에너지와 정신상태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생존전략으로 이 길을 택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 신뢰도를 쌓은 거인은 점점 더 커진다. 우리는 한 번 신뢰를 주기로 마음먹은 대상은 무조건적으로 신뢰를 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새로 시작하는 쭈글이들은 점점 입지가 좁아진다. 누구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때문에, '굳이' 별로 새로워보이지도, 편해보이지도 않는 컨텐츠를 경험해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을 점점 더 하지 않는 대중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접근이 쉬워진 우리는, FOBO(Fear Of Better Option)라는 것을 앓고 있다고 한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선택을 지꾸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몰라, 멈추어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지인이 추천하는 것이라면, 혹은 브랜드 평판이 좋은 것이라면 믿고 보는 경향이 생겼다. 우리의 문제는 비단 자신으로부터 생겨난 문제가 아닐 뿐더러, 우리만의 문제인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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