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취업이 된 곳은 예상 외였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서버로 일하게 되었으니.
'여태까지 공부한게 아쉽잖아!',
'30이 넘었는데 아직도 정착하지 않고 워킹홀리데이를?'
'가족은 어떻게 하고?',
'영어공부라는 명목은 없어! 넌 이미 영어를 잘 하는 걸'
사실 나도 정말 가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하디 흔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어정쩡한 내 학력은 (석사졸업) '왜 이사람이 여기에 왔지?' 의구심만 남길 뿐이었다. 원래 전공을 살려 정규직으로 일을 하려고 해도 TO자체가 너무 적었다. 저번에 내가 경쟁했던 상대는 나보다 경력이 2배는 길고, 학력도 높은 박사였다. (한 명만 뽑는 자리였고, 나는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해외 취업도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알아보았으나 아직 연락이 오는 곳은 없었다.
경력이 8년이 넘어가는 친구들도 생기는 나이에,
나는 공부하겠소~ 하며 여태 공부의 길을 잘 걷다가,
쌓였던 경력도 없이, 이제 와서 전공과는 아예 다른 쪽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그것도 한국에 남편과 18개월 아이가 있는 마당에!
내 삶으로 직접 부딪혀보니 황당한 느낌이었지만, 글로 써보니 다른사람에게는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하지만 실제는 상상보다 더 열악했다.
이제 진짜 캐나다로 가는구나 싶어서 당장 머물 곳을 찾아보니, 식당 근처에 임대로 나온 방이 많지 않았다. 평점은 낮았으며 가격은 월 200만원이 넘었다. 풀타임으로 근무해서 월 400만원을 벌면, 방값으로 반을 넘게 지출한다. 세금은 17%로, 약 70만원 정도가 추가로 지출. (이게 실화냐고..)
한국의 가족에게 생활비로 남은 돈의 반을 보낸다면... 50만원 정도의 돈으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싼 캐나다에서? 답은 '절대 안되지'였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러 가서 내 돈을 쓰고 올 수는 없었다. (난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다고!) 더듬더듬 계산을 해보니 나에게는 2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2개월동안은 어찌저찌 지원금을 모아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 동안 내 몸값을 올리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계속 월 400만원을 번다면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에 귀국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받는 월급이 600만원이라면, 월 15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생긴다. 이 정도면 힘이 들겠지만 캐나다에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액수가 될 것 같다.
목표를 정했다. 월 600만원 임금을 받는 사람이 되기로!
(자꾸 버틴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해외에서 아기를 키우고 싶어 한다. 어렸을 때 해외에서 살았던 경험을 되물림 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이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기 때문에 해외에서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캐나다의 경우, 1년 정도 근무를 하면 지금 나의 조건을 고려했을 때 영주권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한다. 지금 내가 가는 식당의 고용주도 오래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니즈가 잘 맞는 상황이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싶다. 그래서 당장이 고생스러워 보이더라도, 버틴다는 표현을 썼다. 사실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벤쿠버이기 때문에, 고생이 아니라 내내 행복해하다 올 수도 있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서빙을 하러 가면서 월 60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것 아니에요? 라고 물을 수 있겠다. 여기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사실 나는 다른 식당에서 퇴짜를 맞았던 적이 있다. 학력이 좋은 편이라서 곧 그만둘 것 같다는 이유로..
이 식당에서는 오히려 이 점 때문에 나를 채용하게 되었는데, 다음주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