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군자가 되었다?

by 박모카

나는 항상 자신이 있었다. 세상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티고 돈을 안쓰며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이 모습을 꽤 자랑스러워하곤 했다.


그러던 와중,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다. 내가 너무 좁은 시야에서, 인생을 팍팍하게 사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내가 지금 머무는 방에 새로운 사람을 채워넣은 것이 이야기의 발단이었다. 재계약을 하기로 한 날이 되기 전, 아주머니는 나에게 집에 더 머물건지 물어보셨다.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아직 다른 집을 알아보지도 않았고, 이제 내가 이사를 가려면 가족을 수용할 수 있는 훨씬 큰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가족이 오는 날짜를 정하기도 전에 큰 집에 이사를 가버린다면 내가 한 달 버는 돈의 전부가 집에 들어가야 겨우 버틸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이사는 꽤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아주머니에게는 위기였는지, 그 날부로 내 방을 부동산에 올려놓으셨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재계약 날에 '더 머물지, 한 달 후 떠날지 알려드릴테니 기다려 달라'고 했고, 아주머니는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선 내 방에 머물 세입자를 구해버리셨다.. 이 사실에 꽤 화가 난 나는 그날부터 아주머니께 쌀쌀맞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 때는 화가 많이 났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내가 너무 유치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오기 전에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돈 낭비이긴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만 머무는 것으로 계약을 해줄만한 집을 찾기 힘들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러야 집을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제멋대로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나에게도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마음을 넓게 가져보니, 너무 퍽퍽하게 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초처럼 살아남는다는 것은, 마음에 여유가 없음을 뜻했다. 남에게 양보하지 않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만 득달같이 쫒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행복하지 않았다. 매사가 불편했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다. 삶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이 매 순간 마다 발란스를 맞춰야 한다고. 미래를 위해 아끼는 것이 필요하긴 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이웃들과 호흡하는 것도 중요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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